김혜수 김고은 주연 ‘차이나타운’의 원제는 ‘코인 라커 걸’. 태어나자마자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유기된 비극적 캐릭터 일영(김고은)을 상징하는 이 멋진 제목이 개봉 직전 부랴부랴 바뀌어야 했던 이유와 배경이 흥미롭다.
이와 관련 ‘차이나타운’의 제작사 폴룩스픽쳐스 안은미 대표는 “코인 라커 걸이라는 함축적인 제목을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던 속 쓰린 사연이 있었다”면서 “개봉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벌인 마케팅 조사 과정에서 우리 영화를 전혀 엉뚱한 내용과 장르로 오인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자물쇠를 뜻하는 라커를 로커로 받아들여 뮤지션 영화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고, 영어 제목이다 보니 한 번에 이해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코인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 탓에 매춘부 소재 영화 아니냐고 묻는 사람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하혜령 마케팅 팀장은 “정면 돌파도 생각해봤지만 영화 장르와 내용까지 오해하는 상황이라면 제목 교체가 옳다고 판단했다”면서 “당시 일부 광고물에는 코인 라커 걸로 소개된 상황이라 금전적 손해도 있었지만 감수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CGV 아트하우스는 50개가 넘는 대체 후보를 놓고 회의를 거듭했고 결국 다수결로 ‘차이나타운’이 새 제목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이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워낙 유명한 동명 제목의 영화가 있어 한준희 감독이 “제발 차이나타운만 피해 달라”고 읍소에 가깝게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은미 대표는 “감독께는 두고두고 미안했지만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한 차이나타운이 그나마 우리 작품을 가장 잘 상징하고 은유하는 타이틀이라고 판단했다”며 “비평가주간에 초대된 칸영화제에서는 원제 코인 라커 걸로 소개될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개봉 2주차를 맞은 ‘차이나타운’은 두 여주인공의 스파크 튀는 연기와 신인답지 않은 비장미 넘치는 연출력이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어벤져스2’에 이어 연일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주말 손익분기점(120만명)에 도달할 전망인데 CJ의 다음 라인업 ‘악의 연대기’ 개봉(5월 14일) 전까지 갈 길이 바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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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