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휴먼 영화 ‘히말라야’(이석훈 감독)가 지난 달 프랑스 몽블랑 현지 촬영을 마치고 크랭크 업 했다. 작년 12월 첫 삽을 뜰 때까지만 해도 계획에 없던 스케줄이었지만 보다 리얼한 장면을 위해 주연 배우 황정민과 70여 명의 스태프들이 몽블랑을 찾았다.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 등정 중 고인이 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길을 떠난 휴먼원정대의 눈물겨운 사투를 그린 이야기.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엄홍길과 사고 당시 등반 대장이던 박무택의 실화를 극화한 휴먼 드라마다.
‘히말라야’ 팀은 이를 위해 지난 3월 네팔로 베이스캠프를 옮겨 한 달 가까이 촬영했다. 낯선 환경과 고산병이 배우와 촬영팀을 힘들게 했지만 무사히 대형사고 없이 귀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원도 횡성에서 촬영을 이어가던 감독과 제작진은 보다 실감나는 화면과 소스에 갈증을 느꼈고 결국 CJ 투자 1팀을 설득해 몽블랑 로케이션 촬영을 성사시켰다. 예산 증액이 관건이었지만 신 다이어트와 제작사의 선택과 집중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JK필름 길영민 대표는 “지난 겨울 이상 고온 탓에 강원도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애먹었다”면서 “물론 CG로 커버되는 부분이 있지만 박진감 넘치는 리얼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몽블랑을 다녀오게 됐다”고 말했다. ‘빙우’ ‘남극일기’가 있지만 레퍼런스가 될 만한 국내 산악 영화가 전무한 실정이다보니 모든 과정이 도전과 모험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몽블랑에선 네팔 보다 더 높은 해발 4000m 이상에서 촬영했지만 다들 고산병에 면역력이 생긴 덕분인지 촬영 중 쓰러지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전언이다. 다만 강원도 촬영 도중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한 추락 사고 당시를 재연하는 신에서 한 스턴트맨이 인대가 파열돼 후송되는 일이 있었다.
몽블랑을 찍고 온 제작진은 국내에서 진행된 5회차 촬영을 끝으로 5개월의 대장정을 모두 마쳤다. 당초 올 여름 개봉 얘기가 나왔지만 후반작업 일정이 빠듯해 12월 CJ의 겨울방학 텐트 폴 영화로 조정됐다. 황정민 외에 정우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등이 출연하며, 작년 여름 깜짝 흥행의 주인공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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