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연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는 작가와 PD, 배우들의 재능과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드라마였다. 정극처럼 무겁고 진중한 느낌보다는 대사가 살아있는 코미디에 주력했고, 그 결과 가볍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됐다. 적어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성공적.
1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더라움에서 진행된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의 제작발표회에서는 극 중 주인공인 네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다.
'1박2일' 폐지 위기에 몰린 라준모(차태현 분), 기세고 털털한 '뮤직뱅크' PD 탁예진(공효진 분), 어리바리한 신입PD 백승찬(김수현 분), 차갑고 도도한 톱가수 신디(아이유 분)의 모습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차례로 공개됐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김수현의 연기 변신이었다. 그는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도민준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나, 고지식하고 둔한 신입PD 백승찬 역에 몰입해 웃음을 줬다. “과자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가서 과자만 잔뜩 사오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혼이 나는 그의 모습은 여느 신입사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백승찬의 모습에 대해 탁예진은 "너는 너무 '니마이'야, PD는 '쌈마이'여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
익숙하면서도 ‘리얼’한 차태현, 공효진 표 코미디 연기도 박지은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와 어울려 기대감을 줬다. 나영석PD가 떠난 후 무너져가는 ‘1박2일’의 메가폰을 잡게 된 라준모는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살려보기 위해 여배우들을 캐스팅해 아줌마표 ‘1박2일’을 만들었다. 차태현은 여배우들의 등쌀과 예능국장의 압박 속에 고통당하는 라준모 역을 특유의 코믹한 캐릭터로 표현해 내 웃음을 줬다.
공효진은 예능국의 멋쟁이 ‘뮤직뱅크’ 탁예진 PD 역을 맡아 흔들림 없는 코미디 연기를 보여줬다. 만취한 채 라준모의 등에 엎혀 가거나 까다로운 톱가수 신디와 ‘기싸움’을 벌이고, 백승찬을 쥐 잡듯이 잡는 그의 모습은 거친 방송국에서 살아남은 여자 PD의 캐릭터를 그려내며 기대감을 낳았다.
더불어 동료 가수 현아, 크리스탈 등을 보며 시크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여가수에 대해 연구를 했다는 아이유 역시 본래의 모습과 비슷한 듯 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간 꾸준히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연기에서도 소질을 보였던 만큼, 이번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이 돋보이는 모습.
곳곳에 배치된 카메오의 출연은 색다른 재미를 기대케 했다. '삼시세끼'의 출연 후 '1박2일'에 출연한 윤여정을 비롯해 황신혜, 현영 등 '1박2일' 아줌마 멤버들과 김종국 등의 모습이 반가움을 안겼다. 또 KBS 예능국이 배경인만큼 실명이 거론돼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 극 중 예능국장은 "나영석이 참 잘했다. 걔 다시 데려올 수 없느냐"는 대사를 날려 웃음을 주기도 했다.
결국, 재미의 중심에는 박지은 작가와 표민수 감독, 서수민CP의 역량과 색깔이 있었다. 애드리브가 필요없을 정도로 완벽한 유머와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는 박지은 작가의 대본, 배우들의 모습을 감각적이게 담아낸 표민수 감독의 연출, ‘개그콘서트’, ‘해피선데이’의 부활을 완벽하게 이끌었던 서수민CP의 리더십이 충돌보다는 시너지를 만들어 낸 느낌이었다.
한편 12부작으로 기획된 ‘프로듀사’는 야근은 일상, 밤샘은 옵션, 눈치와 체력으로 무장한 KBS 예능국 고스펙 ‘허당’들의 이야기를 담은 순도 100% 리얼 예능드라마다. 배우 차태현과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출연한다. KBS 예능국이 그 동안의 제작 노하우를 집약해 야심차게 선보이는 첫 번째 예능드라마인 만큼, 안방극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15일 오후 9시 15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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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