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매드 맥스’, 더 강렬해진 ‘미친놈’들의 잔치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5.11 23: 00

미쳤다. 30년 만에 돌아온 외로운 전사는 자신을 뛰어넘었다. 전설이 낳은 또 다른 전설이다.
영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 수입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하 매드맥스)가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1979년 시작된 시리즈의 매력을 고스란히 되살리되, 발전된 오늘날의 기술로 더욱 강력해졌다. 오리지널 3부작을 만든 조지 밀러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덕분이다. 주인공 맥스는 멜 깁슨 대신 새로운 배우가 투입됐다. 바로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의 톰 하디다. 이밖에도 샤를리즈 테론이 퓨리오사 사령관 역을, 니콜라스 홀트가 신인류인 눅스 역을 맡았다.
배경은 오리지널 3부작과 마찬가지로 종말 이후 세상이다. 물과 기름을 통제하는 소수가 다수를 군림한다. 영화는 맥스에 대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그가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번)의 노예로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임모탄의 부하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다섯 아내와 함께 ‘녹색의 땅’을 찾아 탈출을 시도하고, 맥스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여정에 합류한다. 임모탄은 아내들을 되찾고자 전투 인력을 총 동원해 그들을 뒤쫓는다. 강도 높은 추격전과 액션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마치 자이로드롭을 120분 동안 쉬지 않고 타는 극한의 쾌감을 선사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는 광기다. 꽃과 나무는 사라졌고, 황폐한 사막만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맥스의 대사처럼 모든 등장인물들의 관심사는 ‘살아남는 것’이다. 그 방법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처절하게 몸부림칠 수밖에 없고, 결국 미쳐버린 셈이다. 임모탄의 세뇌에 속아 넘어간 눅스는 영웅이 되고자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을 맹렬히 뒤쫓고, 그 가운데 거대한 모래 폭풍을 만난다. 들뜬 목소리로 “끝내주는 날이야”(What a lovely day)라고 말한다. 이런 괴이한 유머가 ‘매드 맥스’의 독특함이자, 오리지널 3부작에서부터 촘촘히 다듬어진 독특한 세계관이다.
투박함을 의도한, 잘 만들어진 이미지와 사운드는 광란의 분위기를 충실히 만들어낸다. 임모탄을 비롯해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오염된 환경에 노출돼 성한 곳이 없고, 전쟁에 미친 워보이들은 삭발을 하고 온 몸에 흰 칠을 했다. 여신처럼 아름다운 다섯 아내들부터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분장을 한 인물들까지, 다채로운 이미지를 제공한다. 시종일관 배기통의 굉음과 폭발음, 폭력적인 배경음악이 관객들을 몰아붙이는데, 그중에서 워보이 군단에 광기를 불어 넣는 과장된 모던 록 오페라가 자아내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여전사 퓨리오사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그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언제나 온정이 깃들어 있다. 은연중에 드러나는 나약함이나 구원을 향한 갈망 등이 그를 더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한쪽 팔을 잃은 데다 삭발을 하고 검은칠을 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샤를리즈 테론의 아름다움이 있다.
오리지널 3부작의 팬들을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맥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오프닝은 2편(1981)을 연상시키고, 맥스를 상징하는 차량 인터셉트나 가죽재킷은 반갑기 그지 없다. 물론 오리지널 3부작을 꼭 보지 않았더라도, 이번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ay@osen.co.kr
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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