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잘못이 아니다. 너무 잘해낸 게 문제라면 문제다. 배우 조수향의 악녀 연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지독하게 한 친구를 괴롭히고, 그렇게 그를 죽음까지 몰고 가 놓고도 조금의 반성 없이 또 다른 표적을 찾는 강소영(조수향 분)의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후아유-학교2015'(극본 김민정 김현정 연출 백상훈 김성윤)에서는 단 1회 만에 은별(김소현 분)로 신분을 위장한 은비(김소현 분)를 알아보는 소영(조수향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소영은 세강고로 전학을 와 은비의 얼굴을 보자마자,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영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은비 역시 그를 알아봤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은비는 은별로 살아가고 있는 상황. 소영은 병원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던 은비에게 “그 땐 내가 미안. 사이 안 좋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너랑 착각을 했다”며 “우리 잘 지내자”고 웃으며 화해를 청했다. 그러나 소영의 실체를 잘 알고 있는 은비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소영 역시 자신을 경계하는 은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통영 누리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 그는 “너무 닮았다”며 은비의 이야기를 했고, 아이들은 은별의 실종 전단지를 보내주며 “이은비가 죽은 날 얘는 실종됐다. 둘이 혹시 쌍둥이인 것은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은비를 의심하게 된 소영은 기억상실증에 걸렸었다는 은별의 상태에 대해 친구들에게 묻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됐다", "필체도 바뀌었다"는 아이들의 말에 은별이 진짜 은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은비를 불러내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 은비가 소영의 주도로 ‘왕따’를 당하게 된 이유는 ‘왕따’ 친구를 두둔했기 때문이다. 반에서 반장을 하며 인기가 많았던 은비는 소영 무리가 같은 반 친구를 따돌리며 괴롭히자 이를 적극적으로 말리고 선생님에게 알리는 등 도움의 손길을 뻗었고, 이로 인해 밉보이게 돼 ‘왕따’가 돼버렸다.
은비를 불러낸 소영은 “친구들끼리 장난 좀 칠 수 있는데 걔가 죽는 바람에 아무 잘못 없는 내가 전학오게 됐다”며 “죽었던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다른 사람 행세하면서 주위 사람 다 속이고 말이야. 그래서 좀 알아보려고 그 ‘왕따’ 죽었는지 살았는지”라고 말하며 알고 있다는 듯 그를 떠봤다.
이에 놀란 은비는 “친구가 죽었는데 겨우 그런 생각밖에 못하니? 너 참 불쌍하다"고 대답했고 소영은 기회를 잡은 듯 ”네가 그 말 할 줄 알았지. 우리 ‘따순이’ 변한 게 하나도 없네. 이은비, 오랜만이야“라고 말하며 충격을 줬다.
소영은 남을 괴롭히는 데 있어서는 비상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물이다. 통영에서도 은비를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혔고, 이날 역시 은비의 정체를 한 번 의심한 순간 빈틈없는 추리력을 발휘, 사실을 밝혀내고야 말았다. 이는 악행에서는 ‘천재적’인 면모를 발휘했던 희대의 악녀, ‘왔다! 장보리’ 연민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면모. 장르가 전혀 다른 두 드라마지만, 시청자들이 ‘발암’을 호소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는 같은 점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조수향이라는 ‘낯선’ 배우는 제대로 된 악녀 연기로 고속 전개를 펼치고 있는 ‘후아유’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과연 포스트 연민정의 가능성이 보이는 소영에게 주인공 은비는 과감한 반격을 할 수 있을지, 조수향의 악녀 연기가 연민정의 신화를 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학교' 시리즈 2015년 버전 '후아유-학교2015'는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뀐 열여덟 살의 소녀를 중심으로 2015년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겪는 솔직하고 다양한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청춘 학원물이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후아유-학교2015'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