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계 대모’ 임성한 작가가 은퇴한다고 해서 막장 드라마의 수위가 낮아질까. 임성한 작가가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를 끝으로 작품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면서 그가 떠난 안방극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을 받고 있다.
임성한 작가는 데뷔작과 단막극을 제외하고 줄곧 논란의 작품을 출시했다. 그리고 10번째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 '온달 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에 이어 현재 집필하는 10번째 작품, '압구정 백야'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오는 15일 ‘압구정백야’가 종영하면 일단 현재까지는 이 작품을 끝으로 드라마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
임성한 작가는 ‘막장 드라마 트로이카’ 중 하나다. 나머지 2명은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와 ‘소문난 칠공주’, ‘왕가네 식구들’ 문영남 작가다. 무엇보다도 기괴한 이야기로 인해 김순옥, 문영남 작가에 비해 ‘욕먹는 클래스가 다른’ 작가이기도 했다. 김순옥과 문영남 작가의 이야기도 개연성이 부족하고 극악무도한 악녀가 등장하며, 자극적인 이야기가 줄을 잇지만 해괴망측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언제나 박터지게 싸우고, 비현실적이고 비윤리적인 이야기를 즐겨하는 것은 임성한 작가였다.
때문에 그가 은퇴 선언을 했을 때 막장 드라마의 강도가 조금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허나 이미 세 작가뿐만 아니라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아침드라마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다. 임성한 작가 작품의 인기는 손쉬운 흥행 법칙을 만들었고 막장 드라마 세계를 넓히는 이유가 됐다. 강호 임성한 작가가 떠나더라도 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막장 샛별’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막장 드라마는 극성이 세지고 드라마 외적인 논란이 거세질수록 시청률 곡선도 치솟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끄러운 행보는 화제성이 높은 것으로 연결되며 이 같은 드라마들이 끝이 없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이유가 된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가 현재까지 은퇴를 선언했다고 해서 막장 드라마의 세기가 줄어들거나 갑자기 청정 드라마가 쏟아지는 기분 좋은 변화가 이뤄지진 않아 보인다. 이미 시청자들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즐겨하게 됐고, 방송사는 욕먹어도 방송하는 굳은 심지를 지니게 됐다. 슬프게도 임성한 작가가 떠날지언정 막장 세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성한 작가는 지난 달 23일 측근을 통해 은퇴 선언을 했다. 열 작품을 채우면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 오는 15일 종영하는 ‘압구정백야’가 은퇴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 물론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는 전제 하에 임성한 작가의 은퇴가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늘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이 방송계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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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