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의 연대기'가 '끝까지 간다'와 동일한 내용, 하지만 다른 전개 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14일 개봉 예정인 '악의 연대기'가 경찰이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뒤 은폐한다는 '끝까지 간다'의 기본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사건이 아닌 '심리' 중심의 해석으로 차별점을 두고 있는 것.
우선 두 영화 모두 기본 내용은 동일하다. '끝까지 간다'에서 주인공 고건수 형사(이선균 분)는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이를 은폐하지만 자신이 범인임을 안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악의 연대기' 역시 마찬가지. 최창식 반장(손현주 분)도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뒤 시체를 은폐, 그러나 다음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크레인에 걸려있는 시체 때문에 전전긍긍하기 시작한다. 동일한 줄거리다.
그러나 분위기가 다르다. '끝까지 간다'는 다양한 상황 속 코믹한 요소들을 배치했다면 '악의 연대기'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오형사가 던지는 유머 외에 코믹함은 없다.
이는 '악의 연대기'가 최창식 반장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에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해 극에 재미를 안기는 반면, '악의 연대기'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남몰래 전전긍긍하는 최창식 반장의 심리에 카메라 렌즈를 맞춰놨다. 덕분에 스크린에선 최창식을 연기하는 손현주의 벌개진 눈을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악의 연대기' 나름의 차별화 전략이다.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외에 사건의 핵심 포인트인 '반전'이 '또 다른 차별점이다. 그리고 그 반전에는 '끝까지 간다'에는 없는 깊은 사연도 담겨있다. '악의 연대기' 제목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반전이다.
한편 '악의 연대기'는 영화 '튜브' 연출을 맡은 백운학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오는 14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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