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의 연대기'가 제2의 '끝까지 간다'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악의 연대기'는 형사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뒤 은폐한다는 '끝까지 간다'의 기본 줄거리와 동일한 내용으로 전개,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해석을 가미해 눈길을 끈다.
특히 '악의 연대기'의 색다른 해석은 신선함 혹은 실망감, 양 극으로 나뉠 전망이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끝까지 간다'처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두 영화 모두 기본 내용은 동일하다. '끝까지 간다'에서 주인공 고건수 형사(이선균 분)는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이를 은폐하지만 자신이 범인임을 안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악의 연대기' 역시 마찬가지. 최창식 반장(손현주 분)도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뒤 시체를 은폐, 그러나 다음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크레인에 걸려있는 시체 때문에 전전긍긍하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동일한 줄거리다.
때문에 '악의 연대기'는 이미 관객들을 만난 '끝까지 간다'와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해야하지만 사건의 핵심인 반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끝까지 간다'보다 지루하다. '끝까지 간다'는 보는 이들을 절로 폭소케 하는 코믹한 상황들이 곳곳에 위치했다면 '악의 연대기'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이는 '악의 연대기'가 최창식 반장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에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해 극에 재미를 안기는 반면, '악의 연대기'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남몰래 전전긍긍하는 최창식 반장의 심리에 카메라 렌즈를 맞춰놨다. 덕분에 스크린에선 최창식을 연기하는 손현주의 벌개진 눈을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악의 연대기' 나름의 차별화 전략이었지만 그 성공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외에 사건의 핵심 포인트인 '반전'이 '또 다른 차별점이다. 그리고 그 반전에는 '끝까지 간다'에는 없는 깊은 사연도 담겨있다. '악의 연대기' 제목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반전이다. 같은 내용을 다르게 풀어낸 형식은 '악의 연대기'에 점수를 줄 만한 대목이다.
한편 '악의 연대기'는 영화 '튜브' 연출을 맡은 백운학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오는 14일 개봉 예정이다.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