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이 지천이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로 베일을 벗은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픽쳐스)은 각자 방식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예의마저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진실을 숨긴 형사와 살인자의 여자의 만남을 담는다. 이 간단한 설정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살인자를 쫓기 위해 그의 애인에게 접근한 형사는 분명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될 것이며, 여자는 형사와 애인인 살인자 사이에서 갈등할 것이란 추측이다. 물론 '무뢰한'은 이 예상을 따라가는 듯 하다 어느 순간 전형성에서 빠져나간다.
러닝타임 대부분을 채우는 것이 두 남녀 혜경(전도연)과 재곤(김남길) 사이에서 흐르는 긴장감이다. 어느 순간 형사와 용의자의 여자 관계를 뛰어넘은 두 사람 사이에선 미묘한 성적 긴장감도 감돈다. 어두운 화면과 느린 호흡은 보는 이를 짓누르고, 행간을 읽어야 하는 대사에는 힘이 있다.
남자들의 이야기이지만, 말간 얼굴을 드러낸 전도연이 인상적이다. 그가 맡은 혜경은 연약해 보이지만 실은 강한 여성이다. 늘 이용당하는 그가 짓는 희미한 미소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어려 있다. 전도연은 "당초 시나리오에서 김혜경은 사랑이나 희망을 가진 여자가 아니었지만, 촬영하면서 꿈을 가진 여자로 바뀌어 갔다"고 말했다.
오승욱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 감독은 "거칠고 투박하고 끔찍한 세상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는 캐릭터들이 바글 거리는 속에서 결국 남녀 주인공들이 종잇장처럼 얇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정 받았다.
오는 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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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