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시고니 위버)는 대표적인 여전사 캐릭터다. 이후 여전사가 등장한 영화는 숱하게 개봉했지만, 대중들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14일 개봉한 영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이하 매드 맥스4, 감독 조지 밀러, 수입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퓨리오사 사령관이 리플리의 계보를 이을 듯하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는 물과 기름을 통제하는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번)의 부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모계 부족인 부발리니 족 출신이다. 여성들이 사실상 노예 취급을 당하는 세계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선구자로서, 임모탄의 다섯 아내와 함께 ‘녹색의 땅’으로 떠나는 반란을 시도한다. 임모탄의 전사 눅스의 '피주머니' 맥스(톰 하디)와 처음에는 대치하지만, 이내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워리그를 이끄는 리더 퓨리오사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인하지만 동시에 나약하다. 그는 뛰어난 전투 능력을 지녔지만 한쪽 팔이 성치 않아 기계팔 이 필수다. 기계 팔이 없으면 운전을 할 수도, 장총을 장전할 수도 없다. 비상한 두뇌와 상당한 담력을 지닌 여장부이지만, 구원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좌절하기도 한다. 온정이 깃든 눈빛,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희미한 미소 등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인간적인 면이 퓨리오사의 매력을 더한다. ‘매드 맥스4’에는 제목 그대로 미친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분별력과 인간성을 잃지 않은 퓨리오사는 관객이 편안한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다. 때문에 외관상으론 남성 중심인 ‘매드 맥스4’에서 가장 빛난다. 맥스가 도로 위의 외로운 전사로서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는 역할이라면, 새 캐릭터 퓨리오사는 좀 더 입체적이다. 끌릴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퓨리오사를 연기한 배우는 영화 ‘몬스터’(2003)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샤를리즈 테론이다. 이마에 칠한 자동차 기름과 삭발로 미모를 가렸다. 대신 상체를 키웠다. 격투 안무가이자 무기 전문가와 함께 액션 장면을 몸에 익혔고, 총 쏘는 법부터 변속 기어를 움직이는 법까지 세부적인 상황들을 배웠다. 덕분에 그와 맥스(톰 하디)가 사막에서 맞붙는 장면은 단순한 성(性)대결을 넘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샤를리즈 테론에 대한 반응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후속편 출연 여부는 미정이다. 톰 하디는 후속작과 관련해 이미 계약을 맺었지만, 샤를리즈 테론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후속작 출연은 불투명한다고 밝히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 겪은 여러 고충 때문이다.
어쨌거나 ‘망가져야 사는 여자’ 샤를리즈 테론의 퓨리오사는 의미 있는 여전사 캐릭터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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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