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배우의 숙명이다. 매 작품마다 다른 인생을 산다. 그 차이가 크지 않은 배우도 있지만, 누군가는 작품마다 그 모습이 전혀 달라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14일 개봉한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 맥스4, 감독 조지 밀러, 수입 워너브라더스코리아)에도 이런 변신의 귀재들이 있다.
# 니콜라스 홀트, 워보이vs 비스트vs 좀비
귀엽거나 멋지거나. 니콜라스 홀트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2002)의 귀여운 꼬마나 영국 드라마 ‘스킨스’의 위험한 10대 소년으로 기억됐다. 하지만 ‘엑스맨’ 프리퀄 출연 이후 그는 화면에서 자신의 얼굴을 지웠다.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파란 칠을 한 사나운 얼굴의 비스트였고, ‘웜 바디스’(2013)에서는 눈 밑이 퀭한 좀비였다.
‘매드 맥스4’에서도 다르지 않다. 극중 니콜라스 홀트가 맡은 역은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번)의 전사 눅스다. 전쟁에 대한 괴상하지만 순수한 열망을 지닌 인물이다. 열정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아 좌절하곤 한다. 다른 워보이들처럼 니콜라스 홀트 역시 머리를 밀고 임모탄을 상징하는 흰색으로 온 몸을 칠했다.
# 휴 키스-번, 임모탄vs 토우커터
맥스를 ‘매드’(mad) 맥스로 만든 장본인이 ‘매드 맥스4’에 출연한다. 1편에서 괴팍한 폭주족 두목 토우커터 역을 맡은 휴 키스-번이다. 그로 인해 맥스는 친구와 가족을 잃고, 도로 위에 외로운 전사가 됐다. 대형 트럭에 치여 죽음을 맞이한 그는 ‘매드 맥스4’의 악역 임모탄으로 부활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물과 기름를 통제하는 독재자다.
휴 키스 번은 1편 출연 당시 출연진을 이끌고 3일간 오토바이로 시드니에서 멜버른 촬영지까지 이동하면서 배우들이 뭉칠 수 있게 도왔다. 촬영지에 도착했을 때 출연진이 실제 폭주족처럼 변한 모습을 본 조지 밀러는 그런 카리스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에게 다시 러브콜을 불렀다. 임모탄은 과장된 마스크를 쓰고 나와 토우커터로 오인하기는 힘들다.
# 조지 밀러, 폭력적이거나 따뜻하거나
‘매드 맥스’ 시리즈는 거칠고 투박하다. 연출의 묘를 살린 잔인한 장면들이 난무한다. 폭력적인 세계가 뿜어내는 광기는 영화적 재미와 섬뜩함을 동시에 준다.
조지 밀러의 학창시절 친구인 각본가 니코 래더리스는 “밀러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젊은이들을 치료했는데, 아이들은 그 일을 오히려 자랑거리로 여겼다. 의사였던 밀러는 외상만 치료하면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 영화는 거기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조지 밀러 감독은 따뜻한 가족용 영화도 만들었다. ‘꼬마돼지 베이브’(1998)나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 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동일한 감독이 만든 작품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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