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인생을 사는 장미희가 의식을 잃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김혜자와의 맛깔나는 앙숙 케미로 안방극장에 행복한 웃음을 안겨주던 그의 우아하고 밝은, 새침하고 귀여운 미소는 병에 걸린 캐릭터 설정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모란(장미희 분)이 현정(도지원 분)의 결혼식 중간에 나와 차에서 쓰러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모란은 종영을 앞두고 통증을 느끼는 모습을 부쩍 공개하며 불안감을 높인 바 있는데, 이날 쓰러지는 모습으로 그가 결국 죽는 게 아닌지 관심을 모았다.
모란은 극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시한부 설정으로 시선을 끌었다. 순옥(김혜자 분)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 모란이 아프다는 말에 그를 집으로 불러들여 먹이고 입히며 그의 건강을 살뜰히 챙기는 동시에 ‘세컨드’라는 별명으로 앙숙 케미를 발동시킨 것. 남편 철희(이순재 분)의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세컨드’라는 망신을 당했지만 이후 안국동에서 두 번째로 예뻐 ‘세컨드’가 된 모란은 남다른 밀당 기술을 발휘하는 순옥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면서도 이따금씩 발끈해 아이처럼 눈물을 터트리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유발했다.
또 모란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도 해 든든한 ‘내편’의 면모로 시청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사람 좋은 순옥 대신 발벗고 나서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하고, 순옥을 배신한 박총무(이미도 분)에게 따끔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 등은 시청자의 막힌 속을 뻥 뚫어주며 그를 더욱 응원하게 했다. 우아하면서도 묘하게 냉소적인 미소는 반전에서 발휘되는 독특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것.
하지만 지난 21회 분부터 모란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몇 가지 징후들이 포착됐다. 모란은 어지럼증에 비틀거리거나 시간에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 이에 셀 수 없는 매력으로 시청자를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든 모란은 시청자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늘(14일) 종영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모란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공개되는 가운데, 그가 안국동 가족들의 곁에서 행복한 미래를 그려나갈 수는 없을런지, 관심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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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