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웅크리고 있던 윤진서가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극중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남궁민을 향해 날린 통쾌한 한방이 그간 그를 괴롭혔던 ‘연기력 논란’까지 싸그리 잠재웠다.
윤진서는 좀처럼 조바심 내지 않는 진중한 배우다. 출연 중인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그랬다. 연기력 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집중했고, 논란을 불러왔던 캐릭터로 결국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사실 15년차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 별안간 연기력 논란이 생겨난 것은 캐릭터 때문이었다. 그가 연기하는 염미는 사건과 일 밖에 모르는 차갑고 무뚝뚝한 프로파일러. 캐릭터가 그렇다보니 감정을 숨긴 무표정한 얼굴로 딱딱한 말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연기에 양념을 칠 수도 없고, 오버해서 표현해서는 안 되는 배역이었다. 이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3일 방송에서 염미의 무뚝뚝함은 카리스마로 강렬히 빛났다. 그간 유지해왔던 냉철한 무표정이 드디어 힘을 발휘한 것이다. 논란 속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진중하고 진지하게 캐릭터를 만들어 온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염미(윤진서 분)는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권재희(남궁민 분)가 오초림(신세경 분)을 납치할 것을 예상, 그와 같은 옷을 입고 대신 납치됐다. 밀실에 갇힌 염미(윤진서 분)가 뒤를 돌아보기 전까지 재희는 물론 시청자들도 납치된 인물이 당연히 초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재희는 “뭐라고 불러줄까?”라고 물었고, 염미는 그제서야 정체를 드러내며 “염미 반장이라고 불러”라고 말했다. 이 반전의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가 꽤나 인상적.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남궁민을 압도해버렸다.
염미의 반전과 후반부의 활약은 앞서 연출을 맡은 백수찬 감독이 예고한 바있다. 그는 ‘냄보소’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드라마 초반 윤진서의 분량이 많지 않다. 드라마 후반에 엄청난 신이 나오는데, 그때 윤진서의 매력이 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진서는 이때를 기다린 것 같다. 극 초반 있었던 연기력 논란에도 그는 핑계를 대지 않고 진중하게 임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드릴 말씀이 없다. 내 연기가 부족한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고 쿨하게 인정하고는 “극 중 캐릭터를 생각하며 '염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했고 더 열심히 찾았다”고 말한 바다.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을 텐데, 우는 소리 없이 자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윤진서의 진중함은 박수받을 만하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13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는 자체 최고 시청률(8.7%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을 경신하기도 했다. 윤진서의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냄보소’는 막판스퍼트를 제대로 올리고 있다.
joonamana@osen.co.kr
아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