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을 통해 큰 인기를 끈 정현민 작가의 신작, 정치드라마 '어셈블리'가 라인업을 속속 공개하면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정재영, 송윤아, 지진희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을 조율 중인 '어셈블리'는 안방극장에서 성공사례가 드문 정치극 장르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간 안방극장을 찾았던 현대 정치극은 신통치 않은 시청률로 씁쓸하게 퇴장한 바 있다. '총리와 나', '내 연애의 모든 것' 등 정치극에 로맨스 장르를 접목한 드라마들은 연애와 정치 이야기 가운데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범수와 소녀시대 윤아 등이 출연했던 KBS 2TV '총리와 나'는 '업무 100점, 육아 0점'인 총리 가족에게 크리스마스의 선물처럼 엄마가 오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20살 나이 차가 나는 이범수와 윤아 커플의 케미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총리와 나'는 빈약한 갈등 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며 6%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신하균과 이민정이 출연했던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정치적 신념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정당에 소속돼 있는 남녀 국회의원의 비밀 연애를 코믹하게 그렸다. 이 드라마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치열한 모습에서 발휘되는 두 배우의 케미로 시청자를 유혹했지만, 4%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정치극이라기 보다는 다시 한 번 보면 좋을 '봄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남기는 것으로 체면을 지켰다.
2011년 2월 종영한 KBS 2TV '프레지던트'는 주인공 장일준의 경선과정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그린 정치 드라마로 카와구치 카이지(Kawaguchi Kaiji)의 '이글(Eagle)'을 원작으로한 작품이다. 정치와 가족 이야기를 병행해 안방극장을 노렸으나, 동시간대 경쟁작 SBS '싸인'과 MBC '마이 프린세스'(이하 마프)의 위력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고, 이 작품은 결국 '시청률 보증수표' 최수종이 출연한 작품 가운데 유일한 '망작'으로 남았다.
이처럼 기존에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던 정치드라마와 노선을 달리할 '어셈블리'는 로맨틱이 아닌 '휴먼'에 포인트를 두고, 사람 냄새 나는 정치드라마를 완성해나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전면에 배치되는데, 호기심을 자극할 현실 풍자 등의 장치가 어렵지 않은 정치극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용접공 출신 초선 의원 진상필과 실력파 보좌진 최인경 등이 의기투합해 펼쳐 나가는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정치 혁신 투쟁기는 집권 공화당의 실세 재선의원 백도현의 이야기와 함께 긴장감을 유지하며 몰입도 넘치게 그려질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통 정치드라마 '어셈블리'는 국회 정책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가 대본을 집필해 기획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지난해 '정도전'을 집필해 2014 KBS 연기대상 작가상, 제7회 코리아드라마어워즈 작가상, 제41회 한국방송대상 작가상 등을 수상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은 정현민 작가는 촌철살인 대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호흡이 긴 정통 사극에서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던 정현민 작가의 현대 정치극도 안방극장 정치극 잔혹사를 끊고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셈블리'는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복면검사' 후속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jykw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