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않여’, 그 중심엔 ‘혜자맘’ 있었다[종영②]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5.15 06: 46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중심에는 김혜자가 있었다. 김혜자는 24회 동안 묵직하게 극을 이끌어갔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연기했다는 말은 아니다. 김혜자는 ‘연기의 신’답게 기가 막히게 강약조절을 해가며 드라마를 더욱 맛깔나게 했다.
김혜자는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에서 일명 안국동 강선생으로 알려진 재야의 요리 선생 강순옥 역을 맡았다. 3대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작품에서 그는 2대인 두 딸 김현정(도지원 분)과 김현숙(채시라 분)의 어머니로 인생의 풍파를 겪었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대차게 살아온 인물이다.
김혜자에겐 빵빵 터지는 재치도 있었고 누구든 품어 줄 수 있는 따뜻함도 있었고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리는 슬픔도, 그리고 무시무시한 섬뜩함도 있었다. 김혜자는 이 모든 것들을 아주 평온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 속에서 시청자들은 김혜자의 모든 감정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김혜자의 내공이었다.

김혜자는 연기만으로 시청자들을 울리는 배우다. 노래가사가 아니라 가수의 애절한 목소리만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내용이 슬프지 않더라도 연기 그 자체로 감동을 선사했다.
작은 체구지만 꼿꼿한 모습이 우리네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평소 온화한 미소와 평온한 태도, 항상 어려운 이들을 품고 도움을 줘 ‘혜자맘’, ‘마더 혜레사’ 등이라고 불리는 김혜자는 드라마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기억을 잃고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남편 김철희(이순재 분)에게는 냉정하게 굴었지만 딸들과 남편의 내연녀였던 모란(장미희 분), 자신을 배신한 박총무(이미도 분)에게도 따뜻한 어머니였다.
김혜자의 연기 내공이 가장 돋보였던 장면을 꼽자면 순옥이 갑작스럽게 남편 철희를 만났을 때였다.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 주머니에서 소금을 한웅큼 꺼내 던지며 “잡귀야 물러가라”라고 소리 질렀을 때는 시청자들을 소름 끼치게 했다. 반가움과 원망, 그리움과 두려움이 한 번에 몰려와 눈물을 쏟는 김혜자의 연기는 몇 번을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김혜자가 장미희를 향해 날라차기를 했을 때도 그러했다. 모란에게 남편을 뺏겼다고 생각한 순옥이 모란에게 일격을 가한 건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고, 이에 황당한 헛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김혜자였기 때문에 더욱 차진 장면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박총무도 용서하고 모란을 위로하고 딸들을 따스하게 품었던 순옥. 때문에 마지막 올해의 어머니상이 생뚱맞지 않았다. 김혜자는 24회 동안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딸인 시청자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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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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