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재발견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가운데 가장 '착하지 않은' 모습으로 갈등을 유발했던 이미도는 마지막회에서 참회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감동적으로 그려내면서 호평을 끌어냈다. 이미도의 복잡다단한 심경은 매회 긴장감을 안기면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안국동 3대의 밝게 웃는 모습이 그려졌다. 30년 동안 남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자식들 때문에 늘 마음고생 하던 순옥(김혜자 분) 어머니상을 받았고, 고등학교때 퇴학당했던 현숙(채시라 분)은 검정고시를 통과해 청소년상담가가 됐다. 장녀의 책임감으로 늘 긴장된 삶을 살던 현정(도지원 분)은 결혼해 아기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순옥의 요리교실을 쑥대밭으로 만든 박총무(이미도 분)는 현숙과의 요리대결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다시 순옥의 품에 안겼다. 누구보다 심했던 열등감에 비뚤어진 모습을 보이던 박총무는 자신에게 위로를 안기는 음식에 결국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고, 순옥은 박총무의 허물을 감싸 안으며 진정한 용서를 보여줬다.
특히 이미도는 박총무의 다양한 얼굴을 그려내 시선을 끌었다. 순옥의 요리교실에서 누구보다 상냥하고 싹싹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특별한 노력 없이도 빛나는 요리 재능으로 주목받는 현숙에 대한 열등감, 현숙 남편인 구민(박혁권 분)을 향한 짝사랑 등은 언뜻 비치는 싸늘한 눈빛으로 발현되며 긴장감을 안겼다.
또한 이미도는 박총무의 열등감으로 인해 비롯된 이중적인 모습을 디테일하게 연기해 시청자를 설득했다. 극의 악녀이지만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그의 진정한 행복을 응원하게 했던 것. 이미도의 음흉한 표정 뒤에 감춘 나약한 속내는 애잔함을 안기며 그의 성장을 기대하게 했다. 김혜자, 채시라, 장미희 등 쟁쟁한 배우 곁에서 합을 맞춘 이미도는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의 균형을 잡았다.
이미도는 그간 MBC '미스터 백', '운명처럼 널 사랑해', KBS 2TV '직장의 신'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비쳤는데,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한층 더 풍성한 이야기를 지닌 박총무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이다. 이미도가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쌓아왔던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미도라는 배우가 지닌 가능성을 또 한 번 보여주며 그의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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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