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백옥담 몰아주기만 남은 ‘압구정백야’ [임성한 은퇴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5.16 07: 17

현재까지 임성한 작가의 은퇴작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압구정백야’가 지난 15일 행복한 결말로 안방극장을 떠났다.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임 작가의 조카로 알려진 배우 백옥담만 눈에 띄는 전개로 ‘기승전육선지’라는 웃지못할 별명을 얻었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는 가족 드라마로 출발했다. 논란을 화제로 만드는 임 작가의 행보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7개월간 임 작가와 그의 작품을 방송하는 방송국에 대한 불평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임 작가는 방영 전까지 드라마 내용을 꽁꽁 싸맸지만 여론의 반응은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싸늘했다. 어차피 자극적이고 개연성 없는 전개인 것은 매한가지 아니냐는 것.

전작 ‘오로라공주’에서 10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갑자기 빠지거나 죽음을 맞는 문제적 행보를 보였던 까닭에 ‘압구정백야’는 첫 방송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지난 해 10월 6일 첫 방송을 한 이 드라마는 연장 끝에 149회로 종영했다. 드라마는 임 작가가 줄기차게 그려온 우여곡절 많은 여자와 이 여자를 감싸는 남자의 사랑을 담았다. 출생의 비밀과 얽혀있는 여자의 복수, 그리고 남자 집안과의 갈등은 임 작가가 끊임 없이 자기 복제를 했던 이야기였다.
다만 이번 ‘압구정백야’는 상식을 벗어나는 괴상한 이야기 못지않게 조카로 알려진 백옥담 특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드라마였다. 주인공 백야 역의 박하나와 장화엄 역의 강은탁보다 주변 인물인 육선지 역의 백옥담이 강렬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아무래도 선지가 백야와 화엄을 방해하며 술수를 부리는 악역이긴 했어도 조카로 알려진 까닭에 백옥담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은 가득했다. 조카를 띄우기 위해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억울한 오해를 사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중반 이후 이 드라마는 ‘기승전육선지’라고 불렸다. 아무래도 배우로서 활약을 보여주기 전에 임 작가와의 관계가 알려진 까닭에 비난 여론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사실 선지라는 인물은 백옥담이 연기하지 않았어도 부각될 수밖에 없는 악역. 백야를 괴롭히는 인물인 터라 아무리 분량이 적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딱 좋았다. 다만 이 인물은 백옥담이 연기하면서 ‘가족 뒷배’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안방극장은 납득할 수 없는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가치관을 주입시키고자 하는 임 작가와 그의 드라마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15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등장인물들이 행복한 일상을 지내는 모습으로 큰 튀는 내용 없이 마무리됐다.
임 작가는 최근 측근을 통해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은퇴 선언이 지켜질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현재까지 ‘압구정백야’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보고 또 보고'를 시작으로 '온달 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등을 집필하며 이야기의 맥락이 맞지 않고 독특한 세계관을 설파하려는 불편한 의도가 다분해 언제나 비난을 받았다. 
한편 임성한 작가는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안녕하세요 임성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미흡한 대본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 주신 연출부 식구들, 특히 고생하신 전 스태프 여러분, 최선의 노력으로 열연 해 주신 배우 분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라며, “여러분들의 열정과 고생 덕에 단점 많은 작품이 빛날 수 있었고 좋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말했다.
임성한 작가는 “그 동안 많은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신 문화 방송 임직원 여러분께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사드리고...물러갑니다. 관심과 사랑으로 질타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청자 여러분, 기자 분들께도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고맙고,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며 은퇴 소감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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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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