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대모’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백야’가 종영했다.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밝힌 말을 흔들림 없이 지킨다면, 임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다.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한지 30여년 동안 어지간히 시끄러운 잡음을 일으켰던 임 작가였다.
초창기 단막 드라마를 제외하고 열 작품을 했다.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불릴 정도로 그가 집필을 하는 드라마는 언제나 대박을 터뜨렸다.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됐지만,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필력은 인정받았다.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기는 흡인력은 있었다. 물론 호기심을 자극하는 막장 전개라고 할지언정.
한 드라마 PD는 임성한 작가에 대해 "임성한 작가는 인간의 욕망에 근거한 인물의 행동과 감정이 섬세하게 그린다"면서 "그 작가만의 독보적인 대사의 맛이 있다. 작가로서 고유한 세계관과 인간관이 있고 '선수'로서 기술과 자신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 작가는 1990년 KBS ‘미로에 서서’라는 작품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이후 MBC ‘베스트 극장’을 통해 필력을 인정받은 후 ‘보고 또 보고’라는 히트작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소재였던 ‘겹사돈’을 내세우며 흥미로운 드라마를 쓰는 작가로 통했다. 물론 이 때부터 뒤틀린 가부장체제가 엿보이긴 했어도 그래도 덮어놓고 욕만 먹진 않았다.
이후 임 작가는 ‘온달 왕자들’과 ‘인어 아가씨’를 거치면서 중년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작가가 됐다. 그의 이야기에는 통쾌한 복수가 언제나 깔려 있었고 이는 안방극장에 쾌감을 선사했다. 물론 자극적이고 개연성이 없는 파괴된 이야기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부터 자신이 그동안 했던 드라마를 복제해 연명하는 인상이 있었다. 특히 이때부터 운명론과 내세론, 뒤틀린 윤리관이 드라마를 지배했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은 ‘신기생뎐’이었다. 현대판 기생을 다루고 번번이 귀신들이 툭툭 튀어나오며 방영 내내 시끌벅적했다. MBC도 마찬가지였지만 SBS는 임 작가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일방통행으로 드라마를 밀어붙였다. 시청자들의 불만에도 달라지지 않는, 심지어 자극이 세지는 전개는 임 작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인식되며 더욱 안방극장을 심기 불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오로라공주’에서 10여명의 출연자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시청 거부 운동’으로 이어졌다. 죽음을 장난처럼 여기며 재미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은 많은 이들을 어이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MBC는 임 작가의 작품을 다시 한 번 편성했고 ‘압구정백야’라는 작품이 나왔다. 파괴된 개연성,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주입하는 이야기는 ‘압구정백야’도 마찬가지였다. 방송 후 인터넷은 임 작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이를 제작해서 방송하는 방송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는 하락했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비윤리적인 이야기에 대한 법정 제재가 반복됐고 MBC 드라마 본부장은 임 작가와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마침 임 작가는 측근을 통해 은퇴 선언을 하며 ‘압구정백야’를 끝으로 작품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은퇴 선언이 끝까지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jmpyo@osen.co.kr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