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던 임성한 작가의 막장 장면. 흥미를 높이기 위해 점점 극성이 세졌고, 논란은 더 커졌다. 임 작가가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를 끝으로 안방극장을 떠난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1990년 ‘미로에 서서’로 데뷔한 후 30여년간 꽤나 시끄러운 행보를 보였던 그가 만들었던 막장 장면은 돌이켜 생각해도 참 문제적 장면이었다.
2006년 방송된 SBS ‘하늘이시여’는 ‘웃찾사’를 보다가 죽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소피아(이숙 분)였다. 소피아는 웃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 이 장면의 파장은 상당했다. 극중 자경(윤정희 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죽을 때였는데 개연성 없는 이야기의 끝판왕이었다. 자사 예능프로그램인 ‘웃찾사’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2007년 방송된 MBC ‘아현동 마님’에는 콩트가 자주 등장했다. 어머니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대머리 가발을 쓰고 한복을 입은 채 엽기쇼를 벌였다. 이 어이없는 장면은 10분 넘게 방송되며 빈축을 샀다. 이야기의 맥락과 관계없는 황당한 엽기쇼였다.
2011년 방송된 SBS ‘신기생뎐’은 귀신들이 쏟아졌다. 자다가 귀신에 빙의되는 일이 생겼다. 아수라(임혁 분)의 몸에 장군 귀신이 들어왔다.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왔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들이 쏟아졌다. 모두를 경악하게 한 장면이었다.
복근 빨래였다. ‘신기생뎐’에서 단공주(백옥담 분)는 상상을 했다. 몸이 좋은 남자의 복근 위에서 빨래를 하는 장면. 근육질 몸매의 남자를 화장실에 눕혀놓고 빨래를 하는 장면, 보고도 믿지 못하는 순간이 왔다.
2013년 방송됐던 MBC ‘오로라공주’는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명대사를 남겼다. 시한부 인생이었던 설설희(서하준 분)는 박지영(정주연 분)에게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라면서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같이 지내보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임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압구정백야’ 역시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어엿한 아들인 조나단(김민수 분)이 죽고 서은하(이보희 분)는 방귀를 뀌었다. 맹장 수술 직후라지만 백야(박하나 분)와의 결혼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기뻐하는 듯한 이 장면은 임 작가에 대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임 작가는 최근 측근을 통해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은퇴 선언이 지켜질지는 아직 미지수. 다만 현재까지 ‘압구정백야’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보고 또 보고'를 시작으로 '온달 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등을 집필하며 이야기의 맥락이 맞지 않고 독특한 세계관을 설파하려는 불편한 의도가 다분해 언제나 비난을 받았다. 15일 방송된 ‘압구정백야’ 마지막 회는 등장인물들이 행복한 일상을 지내는 모습으로 큰 튀는 내용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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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