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 역시 차태현-공효진은 달랐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17 09: 06

역시 차태현, 공효진의 존재감은 달랐다.
KBS '프로듀사'가 국내서는 아직 생소한 페이크 다큐 형식에 '너무 많은' 주연급 출동으로 산만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에도 불구하고 차태현, 공효진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자리잡으면서 안정적으로 본 궤도에 올라섰다.
페이크 다큐는 다큐와 드라마 그 사이 어디쯤을 지향하는 장르로, 성공하는 가장 큰 조건은 실제 그 공간에 속한 사람들같아 보이는 자연스러운 연기력이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페이크 다큐 시트콤 '오피스'는 A4 용지를 파는 사무실을 배경으로 또라이 같은 상사, 그에게 과잉충성하는 2인자, 두 사람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픈 3인자, 일에 아무 관심 없는 다른 직원들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내며 실제 사무실 직원 같은 느낌을 십분 발휘한 바있다.

'프로듀사'에선 차태현과 공효진의 캐릭터가 가장 먼저 살아움직였다. 두 사람은 실제 성격이 저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KBS 예능국에 실제 있을법한 인물들을 만들어냈다.
차태현은 싫은 말 못하는 '1박2일' 메인 PD로, 늘 짜증과 신경질이 몸에 배여있는 인물이다. 윤여정을 어렵게 섭외해놓고 하차를 통보하지 못해 신입 PD에게 미룬다거나, 프로그램 폐지 위기에서 혼자라도 살아남으려 애쓰는 모습이 차태현 특유의 유쾌함과 더해져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낸다. 그가 출연했던 기존 드라마보다 '코믹 연기'는 오히려 덜하지만, 툭툭 내뱉는 말투나 궁지에 몰려 아둥바둥대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픈' 예능 PD 그 자체다.
공효진은 모두가 적응 중인듯했던 1회에서 가장 먼저 존재감을 발했다. 기존 드라마가 '일 잘하는 여자=기만 센 여자'로 그려내는 한계를 보여왔다면 공효진은 보다 더 실제 커리어우먼에 가까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갑질'도 할 줄 알고, 남들 없을 땐 비굴해지기도 하며, 적당히 못된 구석도 있는 성격에 월세 걱정, 차 수리비 걱정 등에 시달리는 모습도 현실적이었다. 공효진은 과장되지 않은 리얼한 말투와 표정 등 전형성을 벗어난 커리어우먼 캐릭터로 이 드라마의 현실성을 크게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축인 김수현과 아이유가 신입사원과 10년차 인기 가수라는, 지나치게 풋풋하거나 지나치게 시크한 캐릭터를 맡고 있는 상태에서 차태현과 공효진의 '현실 싱크로율 100%'의 캐릭터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태. 지난 1~2회에서는 우선 이들의 '실력'이 백분 발휘되면서, 국내에서 성공한 적이 없는 페이크 다큐 형식에 시청자들도 적응을 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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