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마리텔’, 대놓고 재탕 극복한 ‘美친 편집’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5.17 11: 28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대놓고 재탕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된 스타들의 개인 방송을 편집해서 다시 내보낸다. 그런데 이미 봤던 모습일지언정 전혀 지루하지 않다. 여기에는 제작진의 그야말로 ‘미친 편집’이 있기에 가능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스타들이 네티즌과 소통을 하며 개인 방송을 하는 모습을 안방극장에 보여주는 구성. 요식 업계 대부인 백종원의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켜 ‘대세’로 만들었고, 무명에 가까웠던 예정화라는 트레이너를 세상에 알렸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스타들이 생방송을 하며 네티즌과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날 것 그대로’의 재미. 백종원이 설탕을 많이 넣는다는 이유로 네티즌과 귀여운 입씨름을 벌이거나, 본의 아니게 성인 방송을 하며 당황하는 순간은 예상하지 못한 웃음 유발 지점이 된다.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이자 트레이너인 예정화가 운동 방법을 소개하다가 실수로 고꾸라지거나, AOA 초아가 기타 연주를 뽐내기도 전에 기타줄이 끊어지는 어이 없는 사고가 벌어지는 곳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묘미다.

제작진은 인터넷 개인 방송이라는 공간만 만들어놓고 스타들이 놀 수 있게 방관한다. 가끔 시청률 선두권의 스타들을 가로막는 공격권 사용이라는 장치를 만들어놓긴 했지만 제작진이 하는 일은 연출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출연자일 뿐이다. 일명 ‘기미 작가’라고 불리는 여성 작가는 백종원의 음식을 먹고 영혼 없이 맛있다고 말을 하거나, 다소 부자연스럽게 놀라는 표정을 지어 큰 화제가 됐다. 여기에 제작진은 다소 촌스럽고 정제돼 있지 않지만 가벼워서 재밌는 패러디를 가미했다. 예정화의 담당 PD는 예정화의 혹독한 운동에 언제나 진땀을 빼고 심지어 지난 16일 방송에서는 비로소 “내가 이걸 왜 해야하냐”라고 뒤늦게 발끈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생방송 중 연출과 구성보다는 사전 출연자 섭외와 촬영 후 편집 등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는 기법을 활용하는 것. 제작진은 생방송 순간에는 출연자들의 요청에 따라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만 하며 관찰자 혹은 참여자의 역할만 수행한다. 대신 매력적인 출연자를 발굴하거나 이미 한 번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생방송을 더욱 재밌게 만들어 재탕인데도 흥미로운 구성을 하는데 열을 올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요즘 가장 뜨거운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리는데 이 같은 후반 편집 작업이 한 몫을 한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자랑하는 세련된 편집보다는 재기발랄한데 어딘지 아마추어가 만든 듯한 다소 투박한 패러디 편집이 웃음 장치가 된다. 정갈하게 컴퓨터 그래픽을 만들기보다는 대충 만든 듯한(물론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기 위한 장치겠지만) A급이 아닌 B급 편집은 이 프로그램의 매력적인 요소다.  
 
설탕을 많이 넣는다는 이유로 ‘슈가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백종원이 또 다시 설탕을 대량 투하하자 웅장한 음악에 설탕으로 폭포수를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네티즌이 급하게 만든 듯한 ‘발CG’를 대놓고 삽입해 ‘B급 유머’의 재미를 높였다. 이 장면이 좀 더 세련됐다면 즐거움이 반감이 됐을 터. '웃기는 게 기본'이라는 예능프로그램 본연의 기획 의도를 충실히 드러내는, 가벼워서 흥미로운 구성이다.  
또한 성대모사를 하며 소리를 친 까닭에 콧구멍이 커진 조세호를 상대로 입힌 패러디는 압권이었다. 모 배우의 콧구멍이 넓어진 연기를 보고 만든 네티즌의 패러디를 그대로 활용한 웃음 감각은 돋보였다. 왜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편집 감각에 박수를 보내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는 방송이었다.
현재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재밌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시청률은 쏠쏠한 편은 아니나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인터넷 화제성이 막강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고급진’ 구성보다는 ‘단순해서 웃긴’ 매력을 뽐내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안방극장에 무사히 안착했다. 
jmpyo@osen.co.kr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