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에 반하다’의 정경호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상사병에 걸려 정신을 못 차리는가 하면 사랑하는 여자 김소연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고, 그러다 김소연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자 눈앞에 보이는 커플들을 못살게 구는 등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순정에 반하다’(극본 유희경, 연출 지영수) 14회분에서는 민호(정경호 분)가 첫 이별을 경험, 이랬다저랬다 오락가락 극단적인 감정 변화를 보이는 내용이 그려졌다.
민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냉철한 기업 사냥꾼. 심장이식을 받고 난 후 가슴에 따뜻함이 생긴 남자다. 거기다 순정(김소연 분)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그러나 순정은 민호의 심장 주인이 죽은 연인 마동욱(진구 분)이라는 걸 알고 민호를 떠났다. 그 후 민호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마치 나사 하나를 풀어놓고 사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심하게 말하면 ‘사이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회사에 출근한 민호는 갑자기 문을 열어 제치고는 순정의 빈자리를 보고 가슴 아파했다. 실연에 가슴 아파하는 남자의 모습. 초점을 잃은 눈빛, 정신이 빠져있는 얼굴 모두 뭉클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민호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다 문에 머리를 부딪쳤다. 이를 본 비서들이 놀라자 오우식(이시언 분)은 “신경 쓰지 말라. 어차피 제정신 아니다”고 한 마디 날렸다.
이어 민호는 공원에서도 이상 행동을 보였다. 커플을 보더니 “야, 니들 행복할 것 같지? 천년만년 행복할 것 같지? 너희들 곧 헤어질 거다. 사랑은 변하는 거거든. 기쁨도 지나가지만 슬픔은 절대 안지나가”라고 말하는가 하면 인라인을 타는 커플에게 마치 장풍을 쏘는 듯한 포즈를 취하더니 여자가 엎어지자 “혼자 일어나봐. 못 일어나겠지 그게 바로 사랑이야”라고 독설을 날렸다.
이뿐 아니라 젓가락이 평행으로 있는 걸 보고는 갑자기 시를 읊지 않나 ‘선착순정원마감’이라는 공지문을 보고 ‘순정’이라는 글에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거기다 ‘순정’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듣고는 정신을 못 차리다 우식에게 한 대 맞는 것까지 최고의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사랑에 푹 빠졌다가 갑자기 실연당한 민호. 정경호는 그런 민호를 코믹스럽게 소화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맛깔스럽게, 그리고 능청스럽게 민호를 연기하는 정경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었다. 거기다 마치 첩보작전을 펼치듯 순정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펼치는 민호에게 코믹함을 불어넣은 정경호의 차진 연기는 ‘순정에 반하다’ 속의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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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순정에 반하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