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울려’ 이태란은 세상 둘도 없는 불쌍한 악녀였다. 마냥 미워할 수 없다. 하희라를 끝도 없이 괴롭히지만, 그 이유가 부족한 사랑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 10회는 최홍란(이태란 분)의 울분이 터지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홍란은 형수 나은수(하희라 분)를 영원히 마음에 품고 사는 남편 강진명(오대규 분)에게 그동안 쌓아온 분노를 폭발했다.
홍란은 진명이 여전히 은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은수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은수 역시 진명의 사랑이 담긴 배려를 거부하지 않고 죽은 남편 대신 기댔다. 교묘하게 진명을 이용했다. 그래서 홍란은 화가 났고 어떻게든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다.
다만 방법이 모질었고 독했을 뿐이다. 진명의 비밀을 무기로 협박했다. 홍란은 은수의 분가가 결정된 후에도 불안했다. 진명을 사랑했고, 미웠다. 그리고 은수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폭발했다.
홍란은 “당신 껍데기만 갖고 살라는 거냐. 나도 여자다.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 놓이는 여자가 나밖에 더 있겠느냐. 결혼 전에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난 사랑하는 여자를 형수로 모셔야 하는 몸이다. 죽을 때까지 벗어날지 모른다. 내가 아무리 죽기 살기로 매달렸어도 그런 상황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라고 눈물을 쏟았다. 진명은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틀린 말이 없었다.
그래서 홍란은 더욱 악을 쓰고 울었다. 겉으로만 봤을 때 홍란은 악녀다. 은수를 시기질투하고 진명을 들들 볶는다. 시부모와 은수 사이를 이간질하고 은수에게 표독스러운 겁박을 일삼는다. 허나 홍란은 이유 없는 악녀는 아니다. 은수 역시 마냥 천사는 아니다. 이 드라마는 순하게 보이나 알고 보면 세상 둘도 없는 악녀인 은수와 모질게 보이는 악녀이나 이유가 있는 홍란을 나란히 배치해 긴장 구도를 형성한다. 어떻게 보면 은수가 홍란보다 더 못된 구석이 있는 것. 분가 후 진명이 밖에서 은수와 외도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홍란은 분가 계획을 틀어버렸다. 그만큼 사랑에 절박한 사람이었다.
한 남자를 두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홍란과 은수의 갈등이 ‘여자를 울려’에서 주인공 정덕인(김정은 분)의 통쾌한 반란을 기대하는 것과 함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동시에 미워할 수 없는 악녀 홍란을 연기하는 이태란의 독을 품고 질러대는 연기를 보는 흥미도 있다. 이태란은 매회 눈을 치켜뜨고 악을 쏟아내며,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데뷔 후 선과 악의 캐릭터 구분 없이 어떤 인물이든 훌륭하게 소화하는 이태란의 물오른 연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있다.
한편 ‘여자를 울려’는 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과정과 그를 둘러싼 재벌가 집안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사랑과 갈등, 용서를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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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