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꽃’ 이종혁보다 더한 바보는 없다. 악녀 김성령의 ‘거짓말 릴레이’에도 사랑이라고 여기며 순정을 보이고 있다. 이보다 답답한 호구가 또 있을까.
지난 17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20회는 박민준(이종혁 분)이 레나정(김성령 분)과의 결혼을 강행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민준은 레나가 자신과 재회하기 위해 거짓으로 스토커쇼를 벌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했다. 세상 이보다 더 넓은 태평양 마음이 없다.
바로 레나가 사랑하기 때문에 벌인 자작극이라는 눈물 호소에 넘어간 것. 민준은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레나의 영특한 계략을 분명 초반까지는 의심했다. 허나 레나를 한 번 믿기 시작한 후에는 이 세상 뛰어넘는 바보가 따로 없다. 입만 열면 거짓말인 레나를 끝까지 믿고 있다.
온갖 허술한 악행을 펼치는 레나를 여전히 사랑한다. 아버지 박태수(장용 분)와 새 어머니 마희라(김미숙 분)의 만류에도 결혼을 하겠다고 밀어붙였다. 사실 희라는 민준을 기업 후계자에서 밀어내기 위해 레나를 활용했던 인물. 허나 레나와 사랑에 빠지면서 민준이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듯 보이자 레나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노력했다.
의도는 사악했지만 희라가 펼쳐놓는 레나의 진짜 민낯은 추악했다. 그래도 민준은 희라가 아닌 레나를 믿었다. 끝까지 믿겠다며 레나를 감쌌다. 이 정도면 호구다. 이 드라마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자 하는 레나가 벌이는 악행과 쇼가 반복되고 있다.
레나의 친딸인데 아직 서로 존재를 모르는 강이솔(이성경 분)도 매번 당한다. 이솔은 순수하고 착한 인물로 그려져서 그렇다치더라도(물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정말 많지만), 초반 똑똑하고 한 회사의 본부장을 꿰찰 만큼 능력 있는 민준이 레나의 거짓 행각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는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이 드라마는 통속적인 것을 넘어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우다보니 사건과 사건 사이에 얼개가 상당히 허술하다. 악녀 레나가 벌이는 악행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고 헛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다보니 이 같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도 놀아나는 민준은 호구 중에 호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현재 20회가 방송됐다. 아직 종영까지 30회나 남았다. 레나의 악행은 점점 극성이 세질 것이고 그때마다 순진하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믿는 민준의 호구 행동도 더해질 것이다.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민준이 호구 캐릭터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한편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와 그가 버린 딸이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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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