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은 한국 영화는 모두 네 편. 이중 ‘차이나타운’과 ‘무뢰한’으로 칸을 찾은 투자배급사 CGV 아트하우스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작년 11월, 무비꼴라쥬에서 문패를 바꿔 단 이 회사는 CJ엔터테인먼트와 별개인 인디 영화 전문 상영관을 겸한 투자배급사다. ‘차이나타운’ ‘무뢰한’ 이전에 김희애 고아성 주연 ‘우아한 거짓말’에 돈을 댔고, 작년 5월엔 배두나 김새론이 출연한 ‘도희야’로 이곳 칸을 찾았다. 작년 11월 개봉해 무려 480만명을 동원한 독립 다큐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넘버 투 수혜자이기도 하다.
‘님아’에 부분 투자하고 배급을 맡았던 CGV 아트하우스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뒤 300만 관객부터 상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수익 분배를 극장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슬라이딩 계약으로 짭짤한 이익을 챙기는 영업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CJ와 쇼박스, 롯데 같은 거대 배급사에서 안 하거나 못 하는 프로젝트를 주로 발굴해 개발하고 투자를 집행한다. 대기업에서 선뜻 맡기 힘든 순제작비 20~30억 규모의 작품이나 다양성 카테고리에 속하는 3억 미만의 독립, 다큐 영화를 선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틈새시장 공략인 셈이다.
칸에서 만난 CGV 아트하우스 어지연 프로듀서는 “투자 방식에 따라 크게 투 트랙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각각 25억, 30억이 넘는 순제가 소요된 ‘차이나타운’ ‘무뢰한’ 같은 영화에 투자하거나 ‘님아’ 같은 다양성 영화가 저희들의 관심 영역”이라고 말했다.
17일 ‘무뢰한’ ‘차이나타운’ 파티가 열린 크로와제 거리의 한 맥주집에서 만난 이상윤 사업 담당도 “님아 같은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터지면서 그간 적자 폭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었다”면서 “최근 배우들 개런티와 스태프 인건비 등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20~30억짜리 한국 영화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데 이런 미들급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BEP를 넘겨야 한국 영화 토양이 건전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회사의 약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력파 감독과 배우를 배출하는 작은 영화에 투자하며 선순환 구조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기업 극장 체인이 자사 영화에만 우호적일 경우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일 ‘장수상회’가 CJ 라인업이 아니었다면 과연 100만을 채울 수 있었는지, 또 ‘약장수’ 같은 영화는 언제든 조기 퇴장 당할 수 있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칸에서 만난 한 중소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CGV 아트하우스의 상승세는 한국 영화계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라며 “투자배급사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제작까지 나서고 교묘하게 자사 영화 밀어주기를 할 경우 다른 영화사와 배급사는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칸 일정을 마치고 18일 전도연과 함께 귀국한 CGV 아트하우스 팀은 지난 달 크랭크 업한 윤계상 한예리 주연 ‘극적인 하룻밤’을 제작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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