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차곡차곡 쌓인 불신의 영향은 상당했다. 개그맨 박명수가 ‘무한도전’의 태국 포상 휴가 직전까지도 제작진의 함정을 의심하며 인천공항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심지어 취재차 찾은 기자를 제작진이 섭외한 ‘가짜 기자’로 의심해 제작진을 당황하게 했다.
18일 오전 4시께. 박명수를 비롯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6명의 멤버들과 제작진이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이날은 10주년 포상 휴가를 떠나는 날. 무려 해외 휴가다. 태국에서의 일주일가량의 휴가를 잡아놓은 상태. 허나 멤버들은 물론이고 연출과 작가 팀을 제외한 스태프 모두 이 같은 휴가를 믿지 않았다.
박명수는 새벽부터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가짜 기자”라고 단정지어버려 웃음을 안겼다. 제작진이 섭외한 가짜 기자라는 것. 유재석이 “내가 아는 기자님도 있다. 진짜 기자님들이시다”라고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박명수는 “예전에 제작진이 진짜 기자를 섭외한 적이 있지 않느냐”라면서 연예 담당 기자들을 동원해 몰래카메라를 했던 제작진의 과거(?)를 성토했다.
박명수의 끊임 없는 의심에 한 기자가 “명함을 주겠다”고 했지만 ‘불신의 아이콘’ 박명수는 넘어가지 않았다. 이날 제작진은 초미의 관심이었던 태국 포상 휴가 일정을 비밀리에 부쳤다. 스타들의 매니저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기자들은 멤버들의 출국 일정을 알기 위해 수소문을 했고 새벽 4시라는 웬만하면 공식 일정이 없는 야심한 시각에 인천공항으로 하나둘 모였다. 제작진과 협의가 없는 진짜 취재였다.
박명수도 이를 모를 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가짜 기자라고 의구심을 품은 데는 그의 상황극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작진에게 수도 없이 뒤통수를 맞았던 멤버들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진짜 휴가 가냐?”, “어디 오지에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 “저번처럼 해외가 아니라 한국에서 방콕(방에 콕 박혀 있는 것)하는 것 아니냐?”라고 의심을 품었다. 제작진이 놀고 먹는(?) 휴가를 보내줄 리 없다는 게 10년간 이 프로그램을 이끈 멤버들의 비상한 촉이었다. 박명수의 의심 속에 이날 오프닝은 제작진에 대한 성토로 재밌게 진행이 됐다.
심지어 현장을 찾은 기자들도 의심했다. 김태호 PD는 진짜 태국 가느냐, 가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쉴 거다. 놀러가는 거다”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멤버들도, 포상휴가 일정을 모르는 스태프도, 기자들도 알았다. 멤버들이 말하길 김태호 PD는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예능 사기꾼'이다. 김제동은 언제나 자신을 활용해 당황스러운 돌발 상황을 만들어내는 김태호에게 "네가 제일 나빠. 양아치야"라고 귀여운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유재석 역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오프닝에서 “일단 포상휴가라고 말하니 잘 쉬다 오겠다. 잘 다녀오겠다”라고 ‘일단’이라면서 현재까지는 포상휴가라는, 앞으로 휴식의 꿈이 산산조각날 것임을 예고하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기자들은 멤버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타는 것까지 완료된 후에야 진짜 포상 휴가를 떠났음을 믿었다. 태국 현지에서 벌어질 또 다른 좌충우돌은 예상된 일이지만 말이다. 제작진은 이날 멤버들에게 의문의 가방을 하나씩 안겼다. 이 가방이 태국에서 어떤 폭탄이 될지는 방송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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