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랑은 아름답고 위대했다. 성공한 남편 뒤에는 지혜롭고 현명한 아내가 있었다. 안현수에 대한 우나리의 사랑을 메달로 매긴다면 단연 금메달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안현수,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편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스케이트 선수 안현수 우나리 부부의 일상이 가감 없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부부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운동선수 아내답게 우나리의 내조는 남달랐다. 운동을 하는 남편의 체력을 걱정하며 가사 일을 혼자 도맡았다. 개인 스케줄은 없었다. 하루 종일 남편을 따라 다녔다. 오죽하면 자신을 ‘껌딱지’ ‘1+1’이라고 표현했을까. 그럼에도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아내의 역할은 물론 친구, 때론 어머니 같은 면모를 보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한국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안현수는 4년 뒤인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쇼트트랙 남자부문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2010년 성남시청 팀이 해체됐고 같은 해 밴쿠버 올림픽 국가대표 출전에 실패했다. 안현수는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귀화하기로 선택했다.
이 같은 결단을 내린 이유는 한국빙상연맹의 파벌 싸움 탓이다. 우리 정부의 지원도 미비했다. 그는 “(러시아에) 안갈 수만 있다면 한국에서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국가의 인재 관리가 부실해 인재를 나라 밖으로 내몬 셈이다.
차가운 러시아땅에서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냈을 그를 아내가 보듬어줬다. 우나리는 우현수를 응원하기 위해 처음에는 딱 일주일만 다녀 오려고 했지만 슬럼프에 빠진 모습을 보고 결국 러시아에 살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에게는 “현수 있는데 가서 공부 좀 하고 오겠다”는 핑계를 댔다.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러시아로 온 것이다. 그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선수촌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았다. 러시아의 악천후도 이들의 사랑을 막진 못했다.
안현수의 노력과 아내의 정성이 결국 결실을 이뤘다. 안현수는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첫 출전한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10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남자 1500m 동메달도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수술을 네 번이나 한 무릎으로 말이다. 안현수의 피나는 노력도 대단하지만 묵묵히 그를 내조한 우나리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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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