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비정상회담', 인문학 교수도 울고갈 배움의 시간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5.05.19 06: 52

‘비정상 회담’을 보면서 감탄을 할 때가 참 많다. 다소 어려운 주제들이 토론에 상정되고, 저런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보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그리고 출연진 모두 어쩜 저렇게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순간, 이 프로를 보기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또 이렇게 한 수 배우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JTBC ‘비정상 회담’은 11개국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토론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취업문제, 집을 사는 문제, 행복의 가치, 인종차별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철학적인 주제까지 참 다양한 주제들이 토론에 상정됐다. 그때마다 웃음과 함께 꽤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세상에 참 다양한 다른 생각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18일 방송에서는 ‘혐오주의’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게스트로 진중권 교수가 출연해 출연진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그 의미를 학술적으로 풀어주는 등 이날 토론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했다.

이날 각국의 청년들은 어쩌면 자신의 나라의 치부일 수 있는 인종 차별이나 계층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했고, 특히 혐오주의를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팽팽한 의견차를 보였다.
타일러는 혐오주의를 막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다른 경우에도 억압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리야는 자신의 자유가 남에게 피해가 되는 순간, 그건 자유가 아니다며 법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진중권은 “나라의 특성이 반영되는 것 같다.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그 사람들 모두를 존중하다보니 자유에 대한 가치가 높다. 반면 유럽의 경우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의 사람들이 오랜시간 같이 살아오다 보니 역사가 길고, 시행착오 속에서 자유보다는 인간의 존업성 같은 지켜야할 가치들이 생겼다”고 정리를 해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진중권은 혐오주의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원인 등을 짚어주며 흡사 수업시간의 교수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방송은 흡사 70분짜리 인문학 강의를 듣는 듯 했다. 깊이 있는 주제에 깊이 있는 토론, 그리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며 '다름이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비정상 회담’을 보고 있으면 참 당연한 건데,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들, 또 오해하고 있던 생각들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된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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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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