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로 입국 금지를 당한 가수 유승준이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섰다. 여론의 거센 비난과 병무청의 “한국사람으로 인정 못 한다”는 말에도 그는 눈물로 사죄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길었던 13년, 유승준의 진심은 통할까.
유승준은 19일 오후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13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무릎 꿇고 눈물을 흘렸다. 이 자리를 통해 그는 병역 기피까지 오게 된 사연과 미국 시민권을 따게 된 정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무지와 실수가 부른 오해도 많은 듯 보였다. 유승준은 과거 “군대를 가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기자의 질문에 얼떨결에 답한 것이 신문 1면에 난 것이라 해명했고, 시민권을 따기 위해 미국에 간 것에 대해서는 “군대 갈 생각에 시민권을 따지 않으려 했다”며 가족과 작별인사 차 갔던 미국에서 부모의 설득을 받고 시민권을 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오해였다고 해도 당시 사건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유승준이 이 같은 행동의 무게감을 몰랐다는 것. 유승준은 “상황을 전혀 몰랐다. 내가 피해자인 줄 알았다”며, “일찍 나왔어야 했고, 더 일찍 사죄를 구했어야 했다. 내가 용기가 없어서 쉽게 나오지 못했다. 이렇게 늦게나마 여러분께 사죄 말씀을 전하게 돼 정말 죄송하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의 눈물의 사죄가 지난 시간 싸늘해진 대중을 돌이켜 세울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날 유승준은 “이 자리는 제 심경고백이 아니고, 그냥 여러분께 제 잘못을 사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정말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나왔다”고 거듭 마음을 전했다.
예견된 대로 병역 얘기가 주요 주제가 됐다. 유승준은 “1999년 제가 한창 ‘열정’으로 활동할 때부터 병역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해병대 홍보대사로 활동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자신이 해병대에 자진입대한다고 기사가 난 것에 대해서는 “집 앞에서 한 기자 분이 ‘체격도 좋은데 바로 군대 가야지’라고 하시길래 ‘네, 가야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체격 좋은데 해병대 가도 되겠네’라고 하셔서 ‘그렇죠’라고 대답했다. 그랬는데 다음 날 신문 1면에 내가 해병대에 자진입대한다고 기사가 났다”고 해명했다.
유승준은 “나는 군대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이 없다. 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단체 생활을 좋아해서, 아버지께서 군대에 대해서도 잘 말씀을 하셨다. 어릴 때부터 늘 군대에 갈 생각이었다”며 다소 억울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네티즌의 질문이 많았기에 이에 대한 답도 필요했다. 유승준은 ‘만약 다시 시기를 2002년으로 돌이킨다면 군대를 가겠나’라는 질문에 “당연히 간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이렇게 큰 물의를 일으킬 줄 몰랐다.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제 두 번 생각 안 하고 갈 것”이라며, “작년에 군대를 가고 싶다고 한국에 연락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유승준은 “작년에 군입대를 알아 보니까 주위 분들이 ‘결정 잘 했다’고 해줬다. 관계자 분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며, “나는 그래서 군대에 가는 줄 알았는데, 이틀 있다가 내 생년월일을 물어 보시더라. 나는 76년 생인데 알고 보니 38살까지 군대에 갈 수 있는 것은 80년대 생에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며 입대를 못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군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많았던 바. 유승준은 당시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일본 공연은 예정됐던 것”이라며, “미국으로 가는 것 역시 미리 얘기된 일이었지만, 나는 군입대를 할 생각에 전혀 마음의 흔들림 없이 간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자꾸 거짓말쟁이라고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가 뒤로는 시민권을 딸 계획을 다 짜놓고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군대를 가겠다고 한 것은 제가 정말 ‘간다’고 말했기 때문에, 내가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씀 드린 것이다. 시민권 선서는 나는 군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시민권을 받지 못 한다고 말씀 드렸다. 그래서 처음 시민권 인터뷰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 것은 부모의 설득이 가장 컸다는 설명. 그는 “당시 내가 앨범을 내야 했다. 기획사와 6집, 7집을 계약했다. 앨범 두 장을 37억에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것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아버지가 그렇게 설득하셨다. 내가 군대 가는 것조차 나에게 더 이기적일 수 있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을 탓할 수는 없다. 나도 성인이었는데, 당시 나를 제어할 사람이 없었다”고 씁쓸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스물 다섯이었던 유승준은 시민권 취득 후 국내 정황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와서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빨리 밝히려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상황에서 전혀 어떤 상황이 돌아가는지 몰랐다. 한국에 빨리 들어가서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급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만난 출입국 관계자는 그에게 “입국 금지가 됐으니 돌아가라”고 말했다. 유승준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낯설었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잘못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국민 입장에서는 ‘모르면 안 되는 일’이었고, ‘사과할 용기가 안 났다’고 해도 ‘사과를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유승준은 “나는 어떻게 하면 말을 잘 전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얘기를 하려고 했을 때마다 사죄의 말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정말 개인적인 이유로 (병역 기피를)한 것은 잘못했다. 더 빨리 뉘우치지 못한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거듭 사죄했다.
유승준은 병무청에 “어떤 방법으로든 선처해주셔서 제가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다시 아이들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선처해주셨으면 좋겠다. 그 방법이 어떻게 됐든 간에, 제가 젊었을 때 결정을 내린 모든 것에 대한 사죄를 드린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유승준은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모았으며, 2001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4급 판정을 받은 후에도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히며 국민적 호감을 샀다. 하지만 입대 3개월을 앞두고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며 법무부로부터 영구 입국 금지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날 방송은 인터넷 아프리카TV(http://afreeca.com/shinpro)를 통해 홍콩 현지에서 전 세계에 생중계 됐으며, 현지 중계를 담당한 신현원프로덕션의 신현원 대표는 “녹화를 통해 편집 과정을 거치면 승준씨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훼손, 왜곡 될 수 있기 때문에 무편집 상태 그대로 생중계하기로 결정 했다”고 전했다.
sara326@osen.co.kr
신현원프로덕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