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성우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긴장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공포는 배가 됐다.
이는 19일 새벽(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 제작 영화사꽃, 국내 개봉 8월) 공식상영 당시 풍경이었다. 상영이 끝난 후 그에게 박수 갈채가 쏟아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피스'는 식품회사를 배경으로 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김과장(배성우)은 어느날 갑자기 가족들을 처참히 살해하고 사라진다. 이후 같은 팀 직원들이 한 명씩 실종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영업팀 인턴 직원 미래(고아성)의 시선으로 진행되는데, 상황은 점점 극단의 공포로 치닫는다.
19일 오후 인터내셔널 빌리지 인근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진해된 배성우와 국내 취재진 인터뷰를 통해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생인 배성재 SBS 아나운서의 반응은 어땠나.
"여행가방을 빌려줬다. 동생이 소치올림픽을 중계할 당시, 여행가방을 누가 칼로 찢어서 안의 귀중품을 가져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튼튼한 것을 새로 샀는데, 그 가방을 빌려줬다."
-새벽 공식상영이 있었다. 레드카펫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던데.
"레드카펫을 걸어가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 사진을 찍더라. 어색했다. 손만 흔들 수 없어 '따봉' 포즈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다."
-지난 공식상영이 월드 프리미어였는데, 그것도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됐다. 기분이 어땠나.
"화면이 정말 크더라.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오긴 했다. 뤼미에르 극장하면 강남역 근처에 있던, 작은 극장만 기억하고 있었다. (웃음) 동생이 좋은 곳이라고 하더라. 기대하고 왔는데 화질이 너무 선명했다. 압도당했다. 신나는 경험이었다."
-상영 끝난 후에 관객들 박수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끝나면 사람들이 박수를 칠거라고 하더라. 어떻게 하지 했는데, 정말 눈앞에서 박수를 쳐줬다. 너무 오래 쳐주시니까 치는 사람도 지루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으니까 홍원찬 감독님이 갑자기 나에게 포옹을 했다. (웃음)"
-'오피스'에는 스릴러와 호러 장르의 요소가 각각 섞여 있다. 잘 혼합됐다고 생각하나.
"스릴러는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고, 호러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 그게 잘 섞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두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맡은 김과장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데 무책임하게 끝나면 안되기 때문에 표정들이나 뉘앙스의 수위를 차근차근 조절하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 2010년 출연작인 '김복남 살인사건'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당시 서영희만 참석했다. 이번에 '오피스'로 본인이, '마돈나'로 서영희가 참석했다. 인연이 각별할 듯 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이 나에게 두 번째 영화였는데, 칸에 간다고 하길래 감독에게 축하를 해줬다. 그때도 '오피스'에서처럼 끔찍한 짓을 저지렀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끔찍한 짓을 해야 칸에 간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웃음)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서영희를 잠시 만났다. 이번에 칸을 찾은 여배우들과 다 인연이 있다. '몬스터'(2014)의 김고은, '집으로 오는 길'(2014)의 전도연, '김복남 살인사건'의 서영희 까지…모두 나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들이다. (웃음)"
-칸에서 받은 자극이 있나.
"영어를 공부해야 겠다. 외신과 인터뷰를 하는데 통역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대화를 나누는데, 작품 선택 기준이 뭐냐고 하더라. 알아 듣긴 했지만 답이 문제였다. '시나리오 앤 캐릭터'라고 답하는데, 부끄러웠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10년 동안 공부했는데 말이다. 연기 자체는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만둘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기 때문에 칸에 왔든 오지 않았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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