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유승준의 지난 13년을 자숙 기간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는 열심히 중국 활동을 펼쳤고, 한국에서 팬 헌정 앨범도 냈다. 2012년 MAMA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있다.
직접 영상으로 사죄를 구하기까지 13년. 이는 유승준이 직접 용기를 내기까지의 시간이라고 보는 게 맞다. 논란 초반엔 지상파 TV 출연 외엔 방법이 없었다고 하지만, 인터넷 방송이 열린지는 꽤 됐다. 그가 원하기만 했다면 케이블, 종편은 기꺼이 문을 열었을 것이다. 거기다 군 문제로 난리가 났던 연예인들이 결국 군입대를 통해 '거의 완벽하게' 용서받는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도 분명 봤을 것이다.
그래서 유승준의 타이밍이 많이 아쉽다. 그가 '용기'를 내기 위해 기다린 13년동안 그는 군에 입대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 한 사람을 '용서해주겠다'고 나이도 많은 사람을 군대에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지난해에서야 군입대 방법을 찾아봤다고 했는데, 그땐 이미 군 입대 가능 나이를 지난 시점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봤더라면,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을 써서라도 군입대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밍이 참 그렇다.
비슷한 사례로 MC몽이 있었다. MC몽 역시 자신의 치아 문제로 군 면제를 받은 것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불거지자, 차라리 깔끔하게 입대를 해 논란을 돌파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땐 이미 MC몽 역시 현역 입대가 불가능한 나이였다. 입영 연령(31세)이 초과한 남자가 자신의 뜻으로 군입대를 할 수 있느냐고 병무청이 질의하자 법제처는 'MC몽은 나이도 많아서 현역으로 받아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도 MC몽은 거의 곧바로 현역 입대를 알아봤었다. 유승준은 문제가 생겼을 때가 고작 25살. 초반 몇년은 정신이 없었다 해도, 조금만 빨리 알아봤다면 불가능했을 일도 아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한국 복귀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이는 모든 연예부 기자들의 레이더망에서 가장 '핫'한 소식 중 하나였고, 십중팔구 매우 초기단계에 기사화됐다. 당연히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본인은 숨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긴 했다.
병무청에서 그를 받아줬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답하긴 어렵다.
우선 이왕 현역 입대가 불가능해진 지금의 병무청은 꽤 강경하다. 한 관계자는 "스티브 유는 영원히 우리나라 사람이 될 수가 없다"며 "그는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도 없다. 아예 법률적으로 명확한 사항을 가지고 자꾸만 감정에 호소를 하는 것 같다. 국적법 9조를 보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사람은 국적을 회복할 수 없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승준이 현역 입대가 가능한 시점에 그가 복귀를 희망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 병무청이 이토록 강경한 것은 무엇보다 여론 때문. 전국민 앞에서 보기 좋게 '사기'를 당한 병무청 입장에서는 그를 '또' 봐준다는 시선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데, 여론이 '차라리 지금이라도 군대 보내자'로 기울었다면 또 모를 일이다.
이미 '유일한' 용서의 방법이 사라진 지금, 그래서 그의 복귀가 여전히 찬반 양론으로 나뉘는 지금은 정부나 병무청이 나머지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그를 포용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볼 수 있다. 군문제만큼은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압도한다. 반대 여론이 더 적다고 해도 그렇다. 실제 그런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군문제 만큼은 '평등'해야 한다는 인식이 워낙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나 사랑했던 스타였기에, 더 센 괘씸죄가 적용되는 분위기도 있긴 하다. 그는 지금 K-POP 전성시대의 기준으로 봐도 외모, 노래, 춤 모두 빼어난 솔로가수였다. 그의 뒤를 이을 슈퍼스타로는 비 정도가 이름을 올렸을 뿐, 아직도 대체 가수를 찾기 쉽지 않다. 만약 그가 군에 다녀와 K-POP 전성기를 함께 맞았다면, 한류 드라마에 무사 안착했다면, 그의 브랜드 파워는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수준일지도 모른다. 물론 여느 스타들처럼 군 복무 후 슬럼프를 겪으며 이도 저도 아닌 가수로 남았을 수도 있다. 당시 그의 걱정처럼 수십억이 달린 계약 문제와 가족 문제로 갈등을 겪었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지난 19일 유승준의 사죄 방송은 예상보다 솔직하긴 했다. 그는 가족문제로, 계약 등의 문제로 군입대를 번복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전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이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결정을 제어해줄만한 사람이 없었다고도 했다. 이는 사실이긴 했다. 슈퍼스타의 자리는 주위 상황에 무지하게 만든다. 그의 결정 번복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었을테고, 했다 해도 그게 본인 귀에 크게 와닿을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는 오랜 기간 자존심 문제로, 용기 문제로 나서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진짜 군입대를 희망했다면 훨씬 더 일찍 방법을 강구했을 거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서도 굳이 한국인들 앞에 선건, 정서적으로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것이 진짜 아들 앞에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인지, 너무나 커져버린 한국 시장으로 인해 향후 중국-할리우드 활동에 한국과의 화해가 필수 코스가 돼서인지는 유승준 본인만 알테다.
이후 그의 행보는 그에 대한 답을 유추하는 중요한 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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