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고교10대천왕', 유명인 2세들 출연…괜찮아요?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5.21 06: 49

변호사 겸 방송인 강용석의 아들 강인준이 tvN '고교10대천왕'에 합류했다. 배우 황신혜의 딸 이진이에 이어 2번째 유명인 2세 멤버 투입이다.
강인준은 지난 20일 방송된 '고교10대천왕' 4회에서 새 멤버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JTBC '유자식 상팔자'를 통해 아버지 강용석과 오랜 방송 경력을 쌓은 강인준은 첫 합류임에도 자신의 의견을 논리있게 풀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만 여느 일반 고등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기엔 강인준을 둘러싼 현재의 환경이 특수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이름과 학년을 제외하고는, '강용석의 아들'이라는 것만으로 자기소개가 간단히 끝났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남은 시간은 앞서 아버지 강용석과 출연했던 '유자식 상팔자'에서 하차하게 된 배경 설명에 할애됐다. tvN '수요미식회'의 시간대 변동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동시간대 겹치기 출연이 된 강용석이 '수요미식회'를 선택하고, '유자식 상팔자' 하차를 결심하면서 자신도 자연스럽게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것.
MC들은 '고교10대천왕'에 출연한 강인준이 동시간대 방송되는 TV조선 '강적들'에 출연중인 강용석과 부자 경합을 벌이게 된 사실에 흥미를 갖기도 했다. 강인준 역시도 시청률 경쟁에 있어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반 예능프로그램이었다면 흔히 등장 가능한 내용이지만, 대한민국 10대들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고교생 토크쇼에선 분명 익숙지 않은 풍경이었다.
이는 이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진이는 늘 모든 토크에 자의로든 타의로든 어머니이자 배우인 황신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진이가 먼저 이름을 꺼내지 않았을 경우에는, MC들이 어머니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물어내 끄집어낸다.
특히 이날은 전반부 '오늘의 나라걱정'에서는 청소년 성문화에 대해, 후반부 '오늘의 내걱정'으로는 엄마의 갱년기에 대해 다뤄졌다. 이진이가 미국 학창시절 중학생 당시 친구들의 권유로 성인물을 처음 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MC들은 앞다퉈 "황정만(황신혜)씨도 아느냐?"는 질문을 건넸고 "엄마 쏘리"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엄마의 갱년기'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진이의 에피소드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진이는 "내가 사춘기가 왔을때 엄마(황신혜)는 갱년기가 왔다"고 털어놓으며, 각종 갱년기 증상을 담은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MC 신아영은 갱년기에 걸린 황신혜의 역할 연기를 과장되게 해보였다. 한 마디로 황신혜의 경우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고교10대천왕'이 방송되는 매회, 사진과 자막으로 쉴 새 없이 반복해 등장하는 중이다.
물론 '고교10대천왕' 제작진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반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진지한 토론을 펼치려다보니 예능적인 요소들이 지나치게 모자를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같은 웃음 고갈은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찰떡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성주-정형돈 콤비로도 다소 역부족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후 11시 tvN 편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를 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터.
이런 상황에서 유명인 2세의 에피소드가 곁들여진 좋은 토크 소스는 또 없다. 하지만 매번 그렇다보니 고등학생 대표로 나선 10명의 출연 분량이 들쑥날쑥할 수 밖에 없고, 일부 출연자는 '고교10대천왕'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정도로 리액션 전문으로 전락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렇다고 일반인 출연자에게 과도한 발언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칫 말 한 마디를 실수로 잘못 했다가는 사회 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전 국민적 비난과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다. 이는 일반인 고등학생 출연자들로 구성된 '고교10대천왕'이 제대로 된 돌직구 토크쇼가 될 수 없는 근원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 모자란 어른들과 약간 엄청난 아이들이 함께하는 세상살이 예행연습 토크쇼' '나라를 걱정하는 10대 소년들의 모임'이라는 콘셉트를 내걸고 이제 막 4번째 방송을 끝낸 '고교10대천왕'이 단 4회 만에 불거진 여러 문제점들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gato@osen.co.kr
'고교10대천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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