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다. 배우 고아성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 제작 영화사꽃, 국내 개봉 8월)로 제 68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지난 2006년 영화 ‘괴물’, 2009년 영화 ‘여행자’에 이어 6년 만이다. 당시 고아성은 눈길을 사로잡는 아역배우였지만, 그 사이 한껏 성장한 그는 당당히 주연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오피스’는 평범한 직장인 김과장(배성우)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후 사라지고, 이후 그가 속한 영업팀 직원들이 하나씩 실종되는 과정을 담았다. 고아성이 맡은 영업팀 인턴 이미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고아성이 보여주는 마지막 반전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만큼 19일 새벽(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영화 ‘오피스’ 공식상영에서 현지 반응이 뜨거웠다. 휘몰아치는 후반부에 접어들며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인터내셔널 빌리지 인근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진행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오피스’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칸 방문에 차이점이 있나.
"처음에 깐에 왔을 때는 잘 모르고 왔다. 다녀와서 ‘칸이 이런 곳이었구나’라는 관심이 생겼다. 6년 만에 다시 왔는데 짧지만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
-레드카펫 입장할 때 기분은 어땠나.
"떨렸다. ‘오피스’를 처음 봤다. 홍원찬 감독님이 절대 안 보여줬다. 그래서 굉장히 떨렸다. 하지만 떨려 보이지 않는 연기를 잘 한다.(웃음)"
-드레스 대신 수트를 선택했다.
"이곳에 오기까지 준비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의상을 준비 못했다. 현지에서 골랐는데, 괜찮았는지 모르겠다."
-완성된 ‘오피스’를 처음 본 기분은 어땠나.
"예상한 것과 굉장히 많이 달랐다. 혼란스러웠다. 관객 반응이 영화제마다 다르긴 하지만, 굉장히 예상 밖이었다. 포인트가 달랐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특화된 관객이 많이 온다고 하더라. 호러물 마니아나 블랙 코미디 시네필들이 온다고 듣긴 했지만 당황했다. 잔인한 장면에서 박수가 나왔다. 관객들이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웃으면서 좋아하더라. 보편적인 반응인지 모르겠다."
-‘오피스’는 굉장히 강렬한 스릴러인데, 촬영하면서 어땠나. 힘들었는지, 혹은 쾌감의 연속이었는지.
"외신과 인터뷰에서 음침한 영화에 출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웃음) 맞는 것 같다. 스릴러는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라서, 그러다 보니 선택할 때 더 까다롭다. ‘오피스’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스릴러에 대한 편견이나 전형적인 패턴을 깨주더라. 그래서 신선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감독님을 처음 만나서 이야기 해보니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미례라는 인물이 지닌 사실감이 있다. 직장인의 삶에 공감이 됐나.
"배우와 회사원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뚜렷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온전히 그 캐릭터가 될 수 없는 법이다. 물론 노력은 많이 했다. 미례란 캐릭터에 대한 정확한 롤모델이 있었다. 주변에 있는 지인인데, ‘오피스’에서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배울 점이 있었다. 그 사람을 따라 다니면서 실제 사무실에도 가보고 그랬다. 광화문에 가서 유리창 있는 카페에 앉아 직장인들을 구경했다. 이상하게 위화감이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 사람들을 관찰했다. 또 또래 친구들이나 친언니가 그때 인턴을 하고 있었다. 참고할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곁에서 지켜본 회사원들의 특징은 어떠한가.
"사무실이 생각보다 시끄럽더라. 어떻게 여기서 집중을 하나 싶었다. 사무실 정치라는 것이 보이더라. 배우의 세계에도 정치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본인은 정치를 잘 하는 스타일인가?
"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홈리스나 다름없다. (웃음)"
-극중 주된 배경인 사무실은 실제 사무실인가.
“세트다. 건물 1층을 빌려서 실제 사무실처럼 꾸몄다. 세트가 완성된 후에 내 책상에 앉았는데 놀라웠다. 사원증을 달고 책상에 앉아 포스트잇을 붙였는데, 그 순간부터 몰입이 되더라.”
-‘오피스’ 후반부에서 과격한 몸싸움을 보여준다.
"처음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 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다. 촬영을 시작하기 한 달 전에 액션스쿨을 다녔다. 해당 장면 속 액션은 괴팍하고 목적이 분명히 있다. 합이 잘 짜인 액션이 아닌, 속시원한 액션으로 보이길 바랐다. 촬영하다가 발톱이 나가 2주 정도 촬영을 쉬기도 했다."
-아역배우에서 출발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오피스’의 미례, 현재 출연 중인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의 서봄 등 변화무쌍하다.
“그때그때 끌리는 걸 해왔다.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다. ‘풍문’은 드라마가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 당시 ‘아역을 언제까지 할거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다. 딱히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걱정이 되더라. 아역배우들이 성장하는 순리가 있다. 성인 역을 맡고, 키스신을 찍는다. (웃음) 나이를 더 먹으면 점점 농염한 역할을 맡게 되는데, 그러다가 배신 같은 순간이 오기도 한다. 서봄은 그걸 배반하는 캐릭터다. 시작부터 애를 낳는다. 파격적인 부분이 재미있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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