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개봉] '간신', 야해도 가볍지 않은 균형감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21 08: 24

'19금'의 새 장을 열어젖힌 영화 '간신'이 21일 개봉, '매드맥스'와 '악의 연대기'가 양강 체제를 이루던 박스오피스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 영화는 연산군 11년, 조선 팔도의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한 사건을 그려낸 작품. 조선 3대 간신으로 꼽히는 임사홍-임숭재 부자가 색에 빠진 연산군을 쥐락펴락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엇갈린 사랑과 궁내 정치를 다뤘다. 주지훈이 연산군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권력을 탐하는 임숭재 역을, 김강우가 다방면으로 미쳐있는 광기 어린 연산군 역을 맡았으며 임지연이 백정 출신으로 왕을 품에 안고자 욕망하는 단희로 분했다.
# 기대 이상의 자극성

이 영화는 왕을 성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해 전국에서 징집된 운평이라는 소재와 폭력적으로, 성적으로, 예술적으로 미쳐있는 연산군의 광기를 그려내며 강도 높은 자극성을 선보인다.
단순히 야한 게 아니라, 당시 운평들이 성감을 높이기 위해 받았던 수련들을 재현해 정보, 코미디를 버무려 기존 에로틱 사극과는 또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연산군의 폭정 역시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잔인함에 성적인 광기를 버무려 폭력성과 선정성이 얽히는 지점을 구축해냈다.
연산군이 기분에 따라 아무 여자나 겁탈하고, 장녹수의 품에 안겨 가슴을 빨거나 시퍼런 칼을 들고 여성들의 치마를 들추는 모습이 공포스럽게 그려지고, 여성들이 각종 체위를 연습하거나 수박을 깨면서 허벅지 힘을 기르는 모습은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
영화는 이 양쪽 분위기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타면서, 자극성을 단순 볼거리로만 전락시키진 않았다.
# 진짜 하고픈 얘기는 삶의 자세
수위가 높다고 해서 흥행이 되는 시절은 갔으나, 이 영화는 삶의 자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현재를 돌아보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데에도 성공한다.
임숭재가 연산군의 비위를 맞추는 데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하는 상황을 다수 연출해내는 것. 시종일관 동일한 성격을 갖고 움직이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임숭재는 수시로 갈등하고 고민하고 변화하면서 자극성이 두드러지는 이 영화의 중심점 역할을 한다.
관객 취향에 따라 임숭재의 입장에 이입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이 난이도 높은 역할을 소화해낸 주지훈의 연기력은 상당히 발전해 놀랍다.
매우 과한 광기를 전혀 과장되지 않게 그려낸 김강우의 연기 역시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압도해버릴 정도며, 임지연이 선보이는 다양한 농염함 역시 인상적이다. 이들 자극성에 함몰되지 않고, 할말을 전달하는 민규동 감독의 균형 감각 또한 빛을 발한다.
ri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