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에 가까운 연기력이다.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주연배우 박유천과 신세경, 남궁민과 윤진서의 활약으로 몰입감을 높인 이 드라마는 결국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들은 냄새를 보는 초능력이 주춤했던 빈 공간을 연기력으로 꼼꼼하게 채워냈다.
21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일 방송된 ‘냄새를 보는 소녀’는 전국 기준 9.6%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복면검사’(6.8%), MBC ‘맨도롱또똣’(6.6%) 등을 제치고 1위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 14일 방송된 14회(9.5%)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웠던 이 드라마는 종영을 1회 앞두고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다소 진부하고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에 캐릭터들의 초능력이 가진 진가가 발휘되지 못하면서 주춤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던 것이 사실. 그런데 이 부족한 부분을 배우들이 완벽에 가까운 호흡으로 채워나갔다.
연쇄 살인에 얽힌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화면에 등장할 때는 스릴러처럼 가슴을 졸이게 하다가도, 한바탕 웃게 하는 코믹한 신과 달달한 장면들이 로맨틱코미디 뺨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특 장점. 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넘나들면서 보는 맛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연출이 꽤나 영리하다.
극 중 로맨스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배우는 박유천이 유일하다. 이 배우가 드라마의 중심을 잡고 있는 셈. 양극단을 오가면서 장르를 파괴하고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한 작품에서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빈틈없이 완벽에 가깝게 해내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신세경의 연기변신도 흥미로운 포인트. 냄새를 보는 초능력을 가진 핵심 인물이지만, 초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줄어들면서 가끔 민폐 캐릭터로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연기력만큼은 극에 폐보다는 힘이 됐다. 극 중 개그우먼 지망생인 그는 망가지는 코믹연기도 불사하고, 솔직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코믹한 상황 속 눈물 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남궁민은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사이코패스 연기의 계보에 오를만한 연기력으로 회가 거듭될수록 호평을 얻어내고 있다. 그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가 더욱 섬뜩한 것은 양극단을 오가기 때문. 남궁민이 연기하는 캐릭터 권재희는 다정하고 매너만점인 스타셰프다. 친절한 말투와 눈웃음은 기본,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심을 녹이기에 충분한 매력남. 그런 그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을 기록하는 두 얼굴의 사이코패스라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갑자기 돌변하는 ‘미친’ 눈빛 연기가 인상적. 선량한 눈웃음을 남발하다가도 혼자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멍한 표정을 지을 때, 광기어린 듯 초점 없는 눈동자가 보는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임팩트 있는 그의 연기력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보는 맛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초반 주춤했던 윤진서도 후반으로 가면서부터는 무서운 존재감을 뽐냈다. 앞서 연기력 논란도 불거졌던 바. 그가 연기하는 염미는 사건과 일 밖에 모르는 차갑고 무뚝뚝한 프로파일러. 캐릭터가 그렇다보니 감정을 숨긴 무표정한 얼굴로 딱딱한 말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연기에 양념을 칠 수도 없고, 오버해서 표현해서는 안 되는 배역이었다. 이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런데 방송 후반 염미의 무뚝뚝함은 카리스마로 강렬히 빛났다. 그간 유지해왔던 냉철한 무표정이 드디어 힘을 발휘한 것이다. 논란 속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진중하고 진지하게 캐릭터를 만들어 온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편 ‘냄새를 보는 소녀’는 3년 전 바코드 살인사건으로 여동생을 잃은 무감각적인 한 남자와 같은 사고를 당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초감각 소유자인 한 여자의 이야기다. 오늘(21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joonaman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