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뭉치자" 이유 있는 가수-배우의 한솥밥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24 10: 57

수년 내엔 '배우 기획사', '가요 기획사'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대형기획사가 내외부에 가수와 배우 양대축을 세워두고 종합엔터테인먼트 '공룡'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SM, YG, JYP, 싸이더스HQ, FNC 등이 전열을 가다듬었으며 미스틱, 브레이브 등 대형 기획사 도약을 도모하는 기획사들도 배우 영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가요기획사 빅히트, 정글, 배우기획사 더좋은 이엔티 등을 함께 (지분)인수한 씨그널 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화제를 모은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스타쉽이 킹콩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연예계는 오랜기간 가요기획사와 배우기획사가 완전히 다른 업무를 보는 회사로 인식을 해왔으나, 아이돌 스타들의 연이은 드라마, 영화 진출 등으로 양쪽 경계선이 흐릿해지면서 한 회사 안에 두가지 영역을 모두 노리는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

첫단계는 아이돌 기획사들이 배우 매니저들을 대거 영입한 것이다. 드라마국, 영화제작사 인맥이 필수적인 배우 매니지먼트 영역은 주로 예능국 인맥이 강한 가요 매니저들이 진입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던 상태. 반대로 PD, 감독들 역시 괜찮은 아이돌 스타를 발견해도 접촉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가요기획사는 내부에 배우 매니지먼트 부서를 따로 설립하고 유명 배우 매니저 출신 매니저들을 스카웃하기 시작했다. 빅3는 물론이고 큐브, 플레디스, 울림 등에도 '배우 전문' 매니저가 따로 채용됐다.
두번째 단계는 아예 상대 기획사를 인수해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다. 배우 중심이었던 IHQ가 큐브의 지분을 50.1% 확보해 K-POP 시장에 진입했고, 스타쉽은 킹콩엔터를 인수하며 이광수 등 한류 스타들을 대거 확보했다. 서로 다른 노하우를 쌓은 기획사간 전략 통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케하는 요인. 팬덤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노하우가 발달하고, 이슈 대처 순발력이 뛰어난 가요기획사와 아티스트 관리 및 긴 호흡의 성장 플랜을 짜는데 강한 배우기획사는 서로의 한계와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아이돌스타는 든든한 배우 선배들 덕으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배우들은 핫한 후배 아이돌 덕으로 팬덤을 늘릴 수도 있다.
물론 가요 안에서도 장르가 다른 레이블을 키우는 전략 역시 더 탄력받고 있다. 색깔 강한 레이블은 이른바 4대 공룡 중에서 한군데 이상은 접촉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상태. SM, YG, CJ, 로엔이 주축이다.
세번째 단계는 배우-가수 간의 결합에 제작진까지 합세하는 그림. 이 역시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활용하는데 있어 웹드라마, 웹예능을 활용할 일이 많아지면서 유능한 작가, PD는 기획사의 러브콜을 거의 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에 '부탁'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거나, 콧대 높은 드라마에 억지로 캐스팅을 넣을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만들겠다는 계산. 이예지PD도 최근 KBS를 떠나 SM C&C로 이적하기로 했다.
인수 바람은 제작사로도 이어질 예정. 아티스트를 다수 가진 회사가 제작진까지 갖추게 되면 한 회사 안에서 기획, 제작, 출연이 모두 가능해진다. 방송사냐, 웹이냐, 송출 루트만 정하면 된다. 송출도 안하고 다이렉트로 중국 시장에 내다파는 그림도 가능해졌다.
부작용은 없을까. 기획사 권력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아진다는 것 말고도 '사소한' 문제는 감지된다.
헤게모니를 쥔 공룡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다 보니, 중간급 인력들의 대거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차근 차근 성장하면 15년~20년차 매니저가 됐을 쯤엔 중소기획사로 야심차게 스타트를 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대표직으로 가는 사다리가 끊긴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 인력이 대거 들어오면서, 커뮤니케이션 등의 문제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 한 연예관계자는 "시스템이 견고해지면서, 한명의 제작자가 홀로 성장하는 게 어려운 그림이 됐다. 너무나 힘든 일을 겪고 버텨야 하는 20~30대 연예관계자들이 '나도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꿈꿀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연예계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획사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예관계자도 "예전에는 가수든, 배우든 '내 꺼'라고 생각하고 발로 뛰며 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래도 요즘에는 일반 직장인의 마인드에 가까워지는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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