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조차 간질간질한 로맨틱 코미디로 승화시키던 일명 ‘무림 커플’ 박유천과 신세경이 예상대로 행복한 결말을 맺었다. 두 사람은 극 중 강아지처럼 귀여운 매력과 엉뚱한 매력으로 역대급 ‘케미’를 자랑했기에 종영이 더욱 아쉽기만 하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마지막 회에서는 연쇄살인범 권재희(남궁민 분)와의 악연을 정리하고 알콩달콩 결혼 생활을 즐기는 무각(박유천 분)과 초림(신세경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매회 초림과 무각을 위험으로 내몰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던 권재희가 죽음으로써 두 사람의 로맨스 또한 안정을 되찾았다. 비록 아름다워야 할 결혼식 당일조차 납치당하고 죽임을 당할 뻔 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 듯 권재희의 죽음 이후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먼저 자신들에게 도움을 줬던 염미(윤진서 분)와 왕자방(정찬우 분)의 도움으로 혼인신고를 마친 무각과 초림은 신혼집에 입성해 “부부되고 처음으로 신혼집에 들어오는 거다”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초림 또한 이런 무각의 모습이 싫지 않은 듯 수줍게 미소 지으며 변함없는 달달함을 과시했다.
그런가하면 두 사람 모두 강아지처럼 호기심 넘치는 모습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수사를 위해 냄새를 맡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강혁(이원종 분)의 도움 요청에 초림은 고대하던 신혼여행까진 미룬 채 수사 현장을 찾아 사건 해결에 나섰다. “수사하러 혼자 간 거냐”며 잠시 토라진 듯 했던 무각 또한 결국 사건에 합류해 특유의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모자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데 한몫하며 초림과 환상의 콤비를 이뤘다.
무엇보다 이런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자꾸만 자신들을 찾는 동료 경찰들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신혼여행에 나선 때였다. “지금 안에 비키니 입고 있다”며 도발하는 초림과 그런 초림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무각의 모습은 보는 이들 마저 ‘광대 승천’하게 만들만큼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임이 분명했다.
“같이 있는 지금 이 시간, 이 공기, 이 풍경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초림의 말처럼 박유천과 신세경은 두 사람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케미’를 자랑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비록 ‘바코드 살인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와 함께 진행되는 극의 흐름상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보다 권재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더욱 많았지만, 극 중 짧게 등장하는 두 사람의 현실 속 커플 같은 모습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히기에 충분했다.
이제 ‘냄새를 보는 소녀’ 속 ‘무림 커플’은 2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남긴 ‘케미’는 단지 극의 활력을 더했을 뿐 아니라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했기에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더욱 강력해진 호흡을 보여줄 박유천과 신세경의 모습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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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보는 소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