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45년 가수 이승철입니다.” 노신사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가수 이승철. 종전의 히트곡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부르던 중 눈물을 흘린다. 그의 무대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객들은 곡이 끝나자 기립박수를 친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다. 이날 30년 후 자신의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선 이승철은 감정이 복받친 모습이었다. 그간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 함께해준 팬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까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했을 터다. 그는 무대에 앞서 “80살 할아버지가 된 60년차 가수 이승철의 마음을 이 노래에 담아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노래를 하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돌아보면 까마득한 세월이다. 가수 활동만으로 30년을 채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이승철은 지치지 않았다. 전설로 남을만한 커리어를 이미 쌓아놨음에도 걸음을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다. 오히려 어떤 후배 가수보다 활발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사실 이날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은 병원 입원 중 무리해서 소화한 스케줄이었다. 방송 중 선명한 링거 자국이 드러나기도 한 바. 몸살이 안 나면 이상할 정도로 열심이다.
최근 그는 27일 공개할 정규 12집 앨범 준비와 KBS 2TV ‘프로듀사’ OST 참여, 광복 70주년 기념 프로젝트 ‘나는 대한민국’의 ‘우리 만나는 날’ 프로듀싱을 맡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콘서트 준비와 ‘해피투게더’, ‘불후의 명곡’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피로가 누적돼 폐렴과 인후염 증상으로 병원신세를 지게된 것. 그 와중에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녹화를 강행했던 것이다.
더불어 가수로서의 활동에 좀 더 에너지를 쏟기 위해 6년 간 메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Mnet ‘슈퍼스타K’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미 라이브 실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으며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의 자리에 앉아 있는데, 왜 이토록 무리한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는 걸까.
이승철은 ‘자타공인’ 정상급 가수이자 영향력 있는 공인. 그는 여기서 비롯되는 책임감을 회피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는 그간의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조용히 기부활동을 지속해오더니 팬들과 함께 ‘아프리카에 희망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통일문제와 독도문제에도 두 팔 걷고 나섰다. 최근에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선후배 가수들과 함께 ‘우리 만나는 날’을 부르며 한국판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만들어내는데 앞장선 바다.
분명 업계 후배 가수들과 관계자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귀감이 될 만한 사례다. 이승철은 30년이 지난 후에도 무대에 서 노래할 것이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을 가수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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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