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간신'이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19금' 묘사로 국내 성인 영화의 새 장을 열어젖힐 듯하다.
무엇보다 '색깔'이 다르다. 남녀간의 농염한 멜로가 아닌, 폭군의 광기를 충족시키기 위한 '19금'이라는 점에서 폭력성과 결부되고, 여성들이 왕을 만족시키기 위해 훈련에 나선다는 콘셉트는 코미디가 녹아들 틈도 있었다.
연산군(김강우)이 기분에 따라 아무 여자나 겁탈하고, 장녹수의 품에 안겨 가슴을 빨거나 시퍼런 칼을 들고 여성들의 치마를 들추는 모습은 기존 '에로틱 사극'이 보여줬던 성적 긴장감과는 거리가 있다. 그에게 간택되기 위해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각종 체위를 연습하거나 수박을 깨면서 허벅지 힘을 기르는 모습은 야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승부와 동성애를 녹인 클라이막스도 더해졌다. 마지막 '결승'을 치르는 단희(임지연)와 설중매(이유영)의 정사 경연씬으로, 노출 수위, 동성 성관계 묘사 수위, 경연이라는 압박감이 주는 자극성까지 오래 남을만한 씬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기존 '19금' 묘사와 확연히 다른 색깔을 내는데, 민규동 감독은 이 자극성에 함몰되지 않고 폭군과 간신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버무려내면서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균형감을 뽐낸다.
시종일관 미쳐있는 연산군은 살짝살짝 인간적 고뇌를 보여주며 영화의 탄력감을 오롯이 책임지고, 그런 그에게 절대적으로 맞추는 사홍(천호진)과 점차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하는 숭재(주지훈)는 무게감을 더한다. 냉정한 듯 사랑에 흔들리는 주지훈의 멜로 연기는 물론이고, 아마도 연산군의 광기를 가장 세게 그려냈을 김강우의 연기 또한 오랜 잔상을 남긴다.
이 영화는 연산군 11년, 조선 팔도의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한 사건을 그려낸 작품. 조선 3대 간신으로 꼽히는 임사홍-임숭재 부자가 색에 빠진 연산군을 쥐락펴락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엇갈린 사랑과 궁내 정치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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