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묵직한 울림 선사한 명대사 BEST6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5.23 10: 10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이 월화극 왕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 회 쏟아지는 주옥 같은 대사가 시청자의 가슴을 묵직하게 울리며 뜨거운 '정'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이에 제작진이 회차별로 꼽은 '화정'속 최고의 촌철살인 명대사를 알아보자.
■김개시 "인간은 모두 욕망하는 존재입니다. 전하. 이제 곧 더한 것을 알게 되시겠지요. 인간의 다짐이란 허망한 것이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2회에서 광해(차승원 분)의 친형인 임해군(최종환 분)이 역모 혐의로 체포되고, 광해는 자신의 정통성을 의심하는 명나라 사신단에게 "임해군은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위를 이을 수 없다"고 둘러댄다. 그러나 사신단은 임해의 상태를 직접 봐야겠다며 광해를 압박하고, 광해는 측근 김개시(김여진 분)에게 의논한다. 김개시는 광해에게 임해군을 믿는다면 그를 사신단 앞에 세우라고 조언한다. 이어 김개시는 "한 가지 아셔야 할 것이 있다"면서 이 같은 대사를 날렸다.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를 통달한 듯 서늘하고도 담담한 김개시의 음성은 욕망이라는 비정한 속성을 되새기게 했다.

■광해 "왕실에 어린 아인 없다. 죄 없는 이도 없고 허니 영창은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4회에서 광해가 보위에 오른 지 5년이 지났지만 그의 지지기반은 여전히 미약함이 드러났다. 게다가 왕실의 유일한 적통왕자인 영창대군(전진서 분)이 8살이 되면서 서인 세력이 광해를 폐위시키고, 영창을 왕위에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광해는 초조해 한다. 광해의 오른팔인 이이첨(정웅인 분)과 김개시는 서인들의 역모에 대한 거짓 고변서를 광해에게 올리고, 광해는 위협적인 존재인 영창을 내치기로 마음 먹는다.
정명공주(정찬비 분)는 광해를 찾아가 영창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평소 정명에게만큼은 따뜻한 오라비였던 광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광해는 "왕실에 어린 아인 없다"고 모질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그러나 돌아선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이덕형 "권력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건 비겁한 변명이라 믿습니다. 그렇게밖에 유지할 수 없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야만이고 폭압인 까닭입니다."
7회에서 이덕형(이성민 분)은 선조(박영규 분)가 이이첨과 김개시에 의해 독살됐음을 알게 된다. 이덕형의 집을 찾아왔던 광해 역시 그의 집에서 선조 독살의 증거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해는 이 사실을 묵과하기로 마음먹고, 이덕형을 편전으로 부른다.
광해는 이덕형을 향해 독살에 관한 것을 묵인하고 자신의 편에 서달라고 부탁하지만 덕형은 이를 거절하며 이 같은 말을 했다. 대쪽 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이덕형의 모습은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광해 "그래, 나는 왕이 되기로 했다. 남은 인간을 모두 지우고, 기꺼이 왕이 되기로, 그러니 이제 나는 못할 짓이 없겠구나."
7회에서 광해는 정명과 영창이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을 '인간 광해'로 만들어주던 유일한 존재인 정명이 죽었다는 소리에 광해는 세상이 무너질 듯한 충격을 받는다. 또한 자신의 오른팔 이이첨과 김개시가 아버지 선조를 독살했다는 사실을 알고, 왕좌의 잔혹함과 무게를 절감한다. 더욱이 광해는 머리 꼭대기에 앉아 꼭두각시 놀음을 하려 하는 숨은 권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에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조선을 지켜낼 수 있는 왕이 되기로 다짐하며 이 같이 말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광해의 모습은 화면을 압도했다.
■강주선 "안타깝지만 조선의 힘이란 것이 명국 없이는 아직 보잘것없기 때문이지요."
11회에서 조선의 숨은 권력자이자 악의 축으로서 발톱을 숨겨왔던 강주선(조성하 분)이 슬며시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명나라와 후금의 전쟁에 조선의 병사를 파병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광해를 향해 반기를 든다. 자신이 명나라와 결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강주선은 명국의 청을 저버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명나라를 향한 사대주의에 함몰되었던 당시 조선시대의 실정을 강렬하게 드러내며 비릿한 뒷맛을 남겼다.
■광해 "나에게 대의란 명국의 안위가 아닌 내 나라 조선의 안위요. 또한 내가 지켜야 할 의리는 명국의 것이 아닌 이 나라, 내 백성의 목숨이오."
11회에서 광해는 명나라에 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뜻에 반대하는 중신들의 모습에 분노했다. 중신들은 '명국은 조선이 섬기는 천자의 나라', '명나라의 청을 뿌리치는 것은 대의가 아니다', '임진왜란 때 도운 명나라에 대한 의리도 아니다'라고 광해를 설득하지만 중신들의 논리는 광해를 더 자극할 뿐이었다. 광해는 확신에 차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와 굳건한 음성, 그리고 절절한 한 마디 한 마디로 시청자를 전율케 했다.
한편 '화정'은 고귀한 신분인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 정명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다.
purplish@osen.co.kr
'화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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