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경호가 ‘재발견’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정경호는 ‘순정에 반하다’를 통해 새로운 색깔의 연기로 연기력을 증명한 것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정경호는 JTBC 금토드라마 ‘순정에 반하다’(극본 유희경, 연출 지영수)를 통해 전역 후 처음으로 밝고 경쾌한 역할을 소화했다. 초반에만 피도 눈물도 없는 ‘센’ 모습을 보였지 심장이식을 받은 뒤부터는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무한 발산했다.
극 중 정경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냉철한 기업 사냥꾼 강민호 역을 맡았다. 이익 앞에서 자비는 없었다. 또한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않고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는 남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상처는 있는 남자였다. 과거 어머니가 눈앞에서 자살한 걸 목격, 아픔 가득한 눈빛의 민호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경호의 변화는 없었다. 앞서 드라마 ‘무정도시’, ‘끝없는 사랑’에서의 연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장난기 있는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항상 인상을 쓰고 있거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정경호는 극 중 마동욱(진구 분)에게 심장이식을 받은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잔인한 사람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코믹하기까지 했다. 심장이식 전후의 민호는 전혀 다른 사람. 정경호는 그렇게 극과 극의 캐릭터를 한 작품 안에서 모두 보여줬다.
그것이 정경호의 연기를 호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두 가지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니다. 10년여 동안 쌓은 깊은 내공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민호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정경호가 민호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해준 만큼 시청자들은 어렵지 않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순정에 반하다’를 통해 정경호라는 배우를 다시 봤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였다.
‘순정에 반하다’에서 인상 깊었던 정경호의 연기를 꼽자면 순정이 민호가 자신의 절친인 이준희(윤현민 분)와 자신 때문에 다툼이 있었던 것에 대신 사과하자 “매력 발산 좀 그만해. 이 매력 덩어리야”라고 버럭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순정이 떠난 후 공원에서 인라인을 타는 커플에게 마치 장풍을 쏘는 듯한 포즈를 취하더니 여자가 엎어지자 “혼자 일어나봐. 못 일어나겠지 그게 바로 사랑이야”라고 독설을 날렸다.
자신의 사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고 짜증내고 귀엽게 애정표현도 하는 등 정경호의 연기는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할 만큼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더 이상 정경호의 연기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만큼 다음 연기변신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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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순정에 반하다’ 화면 캡처, 김종학프로덕션-도레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