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님’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 같지는 않다. 특히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 유재석이 보여주는 활약이 눈부시다. ‘무한도전’, ‘런닝맨’과 같은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주는 진행능력과는 또 다른 감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특히 고민들 들고 나온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동시간대 쟁쟁한 프로그램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동상이몽’은 차근차근 고정 시청층을 확보해나가며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출연자들이 털어 놓는 인간미 넘치는 사연과 이들의 오해가 풀려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감동이 핵심적인 작용을 했고, 이 중심에 국민MC 유재석이 있었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는 질풍노도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사교육을 간절히도 원하는 딸 초등생 권다은(13세) 양과 아직 나가 놀 나이라는 엄마 이진희(40세) 씨의 이야기.
이날 방송에서도 유재석의 부드러운 진행은 빛났다. 사실 양쪽의 다른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중도를 유지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는 지금껏 어느 한편에 치우친 적이 없었다. 판결은 패널들과 방청객, 시청자들에게 맡긴 채 양 측의 의견이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동상이몽’이라는 제목처럼 이 같은 두 사람의 엇갈린 주장이 평소 생활을 담은 VCR로 공개돼 패널들과 방청객, 시청자들에게 보여진다. 이 영상을 함께 보고난 뒤 패널과 방청객은 함께 공감하고 때론 같이 눈물을 훔친다. 이후 이어지는 조언을 통해 서로의 오해가 조금씩 풀려나가는 상황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출연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합의점을 찾는 데까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유재석과 김구라, 그리고 함께 출연하는 패널들이다. 유재석은 부드럽고 친절한 특유의 스타일로 사연과 고민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포용력 있게 들어주고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 간다. 패널들의 논쟁이 과열됐다 싶으면 깔끔하게 분위기를 정리하고 정돈한다.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주는 에너지와 장난기를 줄이고, 특유의 배려와 따뜻함을 좀 더 끌어 올린 모습이다.
패널의 자리에 앉아 고민을 듣고 분석하는 김구라와의 호흡도 꽤나 흥미롭다. 유재석과 함께 하는 김구라는 조금 따뜻해진 느낌이랄까. 자신의 이야기가 가미된 진정성 있는 조언으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매주 주제에 맡게 자리하는 패널들의 역할도 꽤 크다. ‘동상이몽’은 사연에 걸맞은 패널들을 초대, 현실적인 조언과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무용수를 꿈꾸는 여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스포츠 선수 출신 서장훈을 패널로 초대했고, 요리사를 꿈꾸는 승은 양을 위해 요리연구가 이혜정을 스튜디오로 모신 바다. 이날 방송에서는 초등학생 아들을 가진 최은경 아나운서가 참여, 두 모녀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한편 '동상이몽'은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joonamana@osen.co.kr SBS '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