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내가 왜 나가? 니가 나가야지.” 마치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배우 김부선이 종편 JTBC ‘엄마가 보고 있다’(이하 ‘엄마’) 프로 하차 과정에서 후배 황석정을 비난하며 촉발된 일련의 논란 과정이 그렇다.
한 쪽(김부선)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마구잡이로 감정을 쏟아내는 중인데 다른 한 쪽(황석정)은 나 몰라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럴 경우 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는 게 속설이지만 상황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누구의 잘잘못이길래 황금연휴 연예계가 시끄러운 것일까.
사건의 시발점은 김부선이 '엄마' 하차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그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녹화방송 두 시간 넘게 나타나선 늦어서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는 명문대 출신 여배우. 담당피디나 제작진은 시청률에 미쳐서 습관처럼 늦는 여배우 우쭈쭈 빨아대고 난 그 꼬라지 절대 못보고. 난 감히 위대한 명문대 출신 나이 한참 어린 후배에게, 새까만 후배에게 배웠다는 지성인이 녹화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는 하고 녹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꾸짖었다가 졸지에 나만 '엄마' 하차하란다”고 주장했다. .
이에 JTBC 측은 "'엄마’ 제작진과 프로그램 구성이 일부 바뀌었다. MC 포함 신스틸러 11명 중, 김부선 원기준 김강현이 하차하고 8명의 출연자로 구성이 변경됐다"며 “프로그램 재편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김부선의 당당한 지적에 맞서는 JTBC 해명이 옹색하다는 반응이 컸다. 부당한 아파트 관리비 징수에 맞서 홀로 싸웠던 김부선의 전력과 이미지도 힘을 더했을 게 분명하다.
이로써 인터넷 여론에서 ‘시건방지고 맨날 지각하는(?)’ 황석정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상황. JTBC 공식해명과 다른 ‘엄마’ 관계자들의 또 다른 증언이 터져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석정은 녹화 시간 전 메이크업 시간에 늦었을 뿐 방송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
한 관계자는 "녹화에 들어가기 전에 두시간 가량 메이크업 시간이 있다. 황석정 씨는 그 시간에 늦은 것으로 사실상 녹화 시간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며 “황석정 씨가 휴대폰을 바꾼 지 얼마 안 돼 알람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무음으로 울렸다고 하더라. 스태프들에 재차 사과를 했고, 오히려 무음을 '묵음'이라고 잘못 표현해 스태프들이 한 바탕 웃었다. 황석정 씨가 녹화에 성실히 임해왔기에 스태프들은 그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고 했다.
‘김부선 하차’ 논란에 대한 시각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증언이 나온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얼마 후, 김부선은 역시 SNS로 "석정아 통화 좀 했으면 한다. 5.8일 이후 너가 전화해주길 기다렸는데 답신도 전화도 없어서 많이 감정이 상했었다. 근데 돌이켜보니 내가 왜 전화는 못했을까 자괴감이 들어서 넘 괴롭다. 일이 너무 커지는 거 같아 진지하게 상의 좀 하고 싶은데 통화 좀 하자. 미안하다 이래저래"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조금 전 황석정 후배에게 보낸 전화 문자입니다. 통화가 안됩니다.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순수한 후배를 상처주고 무섭게 화를 냈습니다. 그 친구 지각 처음이고 그날도 조금 늦었다고 합니다. 제가 시간을 착각했습니다. 지금 저는 그 친구가 너무 염려되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무척 괴롭습니다"라고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했다.
만약 여기서 사태가 마무리 됐으면 누구의 잘잘못을 굳이 따질게 아니라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끝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김부선은 금세 사과를 번복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 또 SNS를 사용했다.
"석정에게 사과? 다 거짓말입니다. 더 이상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하지 않겠습니다. 저 죽고 싶을 만큼 지금 괴롭습니다. 사실은 너무 아픕니다. 황석정 너 그렇게 살지 마라"고 적었다.
자신의 전화를 받지도 않고 선배의 사과 의사 표명에도 가타부타 대꾸 않는 후배에 대해 다시 분노가 치솟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김부선도 후배를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분노 관리에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앞선 아파트 관리비 1인 시위 때 그는 정당했기에 끝까지 혼자 목소리를 높였고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SNS가 아니라 온 몸으로 싸웠고 소통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권석정이 자신의 하차에 따른 직접 당사자라는 심증만 가진데다 감정 조절에 더 조심해야 할 SNS 상에서 후배를 몰아 부치는 것으로 비춰져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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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페이스북' 캡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