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배우는 누굴까.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를 본 시청자들은 배우 이효영(25)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이름은 물론이고 얼굴도 생소했던 무명 배우. 초반 다소 어색한 연기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안정을 찾았다.
‘임성한의 남자’로 불렸다. 극 중반부에 깜짝 발탁됐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도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극중 배역이었던 정삼희 작가를 줄인 정 작가로 불렀다.
이효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올해 2월 졸업을 했고, ‘압구정백야’를 통해 안방극장에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KBS 2TV ‘루비반지’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데, 임 작가가 이 드라마를 보고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었어요. 그러다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싶어서 연기를 배웠어요.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작가님께 촬영 일주일 전에 연락을 받았죠. 소속사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작품에 출연하게 됐어요. 정말 여유가 없었죠. 그래도 스태프, 선배 배우들이 따뜻한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종영 2주 전에는 재미를 찾았어요. 제가 처음에 헤맸는데도 화를 내지 않고 차근차근 가르쳐주셨죠. 인내하시고 지켜봐주시고 정말 감사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 젊은 배우들끼리 수다를 떨며 작품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시간이 많았다.
“제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에요. 정말 고맙게도 형과 누나들이 먼저 다가와주셨어요. 많이 가르쳐주시고 혼도 내셨죠. 사실 진짜 사람이 미우면 방치하잖아요. 그런데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정말 따뜻한 사람들만 있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제가 민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도움은 안 되더라도 방해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도움을 받으며 연기를 했지만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드라마 촬영 순간순간이 고비였다. 심지어 신예로서 견디기 쉽지 않은 부족한 연기력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임 작가와 작품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겹쳐지며, 시청자들은 매섭게 이효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족하지만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했어요. 정말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작품이었으니까요.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공연을 할 때는 어떻게 보면 혼자만의 세계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세계를 깨게 만든 작품이 ‘압구정백야’예요.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되니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됐죠.”
이효영은 자신이 연기하는 정 작가가 극중에서 큰 역할인지 몰랐다. 임 작가는 후반 들어 정 작가의 비중을 높였다. 백야(박하나 분)와 장화엄(강은탁 분)이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이루기까지 정 작가라는 걸림돌이자 지지 세력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큰 캐릭터인지 몰랐어요. 처음 5~6일간은 잠도 못 잤죠. 중압감에 두려웠죠. 자신감도 없었고,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여유도 없었어요. 그래도 제게 주어진 길이자 기회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죠. 굉장히 풍파가 많았어요. 어떻게 숨을 쉬어야할지 어떻게 서있어야 할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하는 방법 자체를 잊었어요. 아니, 사실 연기하는 법을 몰랐던 게 아닌가 싶네요. 작품에 출연하면서 많이 배웠죠.”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어색한 눈빛 처리와 굳은 표정은 정 작가를 연기하는 배우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멘탈’이 무너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기분이 절망스러웠어요.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문제였죠. 낭떠러지 끝에서 많이 배웠어요. 다른 배우들이 몇 년에 걸쳐 깨지는 문제를 전 한꺼번에 와장창 깨진 느낌이었어요. 새로운 세상을 만났죠. 지금도 연기적으로 부끄럽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감정 연기 뿐 아니라 다른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소통을 하며 연기를 하는 게 진짜 연기라는 것을 알게 됐죠.”
임 작가는 연기로 혼란스러워하는 이효영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대본을 많이 읽으라는 말을 했다.
“선생님이 대본이 뚫릴 때까지 보라고 하셨어요. 여유를 찾으라고 하셨죠. 조급해하지말라고도 하셨어요. 대본을 많이 읽으면 자신감이 생긴다고요. 10번을 본 것보다는 100번을 본 게 더 많은 자신감이 생긴다는 말씀이신 거죠.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대본을 읽었을 때 선생님은 따뜻한 분인 것 같아요. 제가 극중에서 작가를 연기했잖아요. 그 캐릭터를 보면 열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선생님의 마음가짐이 느껴져요. 열정적이고 따뜻한 사람인 거죠.”
‘압구정백야’가 끝났다. 이효영은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천천히 연기력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네 청년 같은 배우가 되면 어떨까요.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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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