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매드맥스' 여전사 vs '스파이' 여직원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24 08: 56

박스오피스 1~2위를 점령 중인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와 '스파이'가 전형성을 탈피한 여성 캐릭터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재미를 선보이고 있어 여성 캐릭터의 문제점을 노출해온 기존 영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높다.
'매드맥스'에서는 샤를리즈 테론이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여전사 캐릭터로 이야기의 중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 기존 액션극과 완전히 다른 결을 만들어냈으며, '스파이'에서는 멜리사 맥카시가 평범하고 소심한 여직원이지만 액션과 도전에 강한 반전 캐릭터로 스파이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여전사와 여직원 캐릭터가 그동안 얼마나 '편협'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를 '여전사'의 틀에 가두긴 많이 아쉽다. 그는 독재자 임모탄에 맞서, 그가 '소유'하던 여성들을 구출해 희망의 땅을 찾아 떠난다.
기존 여전사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을 뽐내거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그려져 '성별만 여성'인 경우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면, 퓨리오사는 한쪽 팔이 없는 상태에 가녀린 몸, 임모탄에 대한 분노와 여성들에 대한 연대의식까지 복잡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라 실제 '사람'에 가까워졌다. 이같은 액션 영화에서 퓨리오사처럼 생각하고 고민하는 여성 캐릭터를 만나기 얼마나 어려운지 떠올린다면, '매드맥스'의 가치는 충분한 셈.
퓨리오사가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도 아니다. 쉬지 않고 몰아치는 긴장감 가득한 액션과 톰 하디,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 역시 일품. 물을 가진 독재자가 점령한 22세기 메마른 사막지대의 배경 역시 눈을 뗄 수 없을만큼 강렬하다.
# '스파이'의 수잔
'스파이'는 관객들의 예상을 계속해서 비켜나가며 재미를 쌓아올린다. 과체중의 여자 배우가 주인공인데, 그 누구도 그의 체중을 갖고 놀리지 않는다. 체중으로 인한 슬랩스틱도 없다. 과체중이지만 평범한 여직원들이 겪는 고난에만 집중하면서, 과체중의 여성 역시 평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평범한 여직원의 캐릭터 역시 뒤집는다. CIA 내근직 여성이 현장에 나가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코미디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장을 망치는 주인공을 상상하겠지만 영화는 이 역시 가뿐하게 비켜나간다. 그는 CIA에 매우 좋은 성적으로 들어왔으나 기회를 잡지 못해 내근직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한동안 움츠리고 있었지만, 기회를 잡자 마음껏 실력을 입증해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동안 비슷한 장르의 영상물에서 남자 주인공을 돕는 여성들의 캐릭터들이 얼마나 일차원적이었는지 새삼 반증한다.
이 영화 역시 수잔 뿐 아니라 여러 지점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악당, 친구, 상사 모두 여성들인데, 이들 캐릭터도 상당히 세분화돼서 '액션물 속 여성'을 모두 벗어난다. 상영관 내에서 오랜만에 다함께 폭소가 크게 터지는 작품으로 코미디 강도가 세고, 주드로 등 남자 배우들이 선보이는 진상 연기도 상당하다. 액션과 코미디, 메시지가 기가 막힌 비율로 버무러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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