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이 보여주는 전문가-대중의 권력이동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24 10: 56

MBC의 실험이 통하는걸까.
인터넷 방송의 포맷을 빌려와 일부러 '아마추어'에 가까워진 새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시청률 7.3%(23일 닐슨, 전국 집계)를 기록, 자체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현란한 편집과 꽉 짜인 대본, 버라이어티한 상황이 펼쳐지는 기존 예능에서 한 걸음 내려온 이 방송이 오히려 핫한 주말 예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이는 완성도보다 친밀감을 중시하는 1인 미디어 시대의 흐름과 상통한다. 당장 재미있지 않더라도, 화면 속 주인공과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게 더 큰 메리트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경험'은 짓궂고, 권위를 해체시킬 수록 반응이 뜨겁다.

백주부 백종원을 비롯해, 예능 강자 김구라마저도 어렵게 고군분투 중이다. 음원 강자 산이, 아이돌 초아, 하니, 4차원 정준영까지 네티즌의 '노잼' 선언에는 속수무책. 백종원은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힐 세라 사과하기 바쁘고(그래서 애플보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김구라는 매번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느라 바쁘다. 산이는 "대체 뭘 해야 하지" 걱정하는 모습이 제일 많이 나왔고, 초아는 기타줄이 끊어져 준비해온 노래를 못하기도 했다. 정준영은 다양한 상품을 리뷰하는 시간을 가져봤지만, 지상파라 정작 상표명이 모두 모자이크돼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기도 했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하는 이들은 대체로 허둥지둥, 늘 쫓긴다. 백종원의 요리는 때때로 '설탕을 너무 많이 넣는다'는 평가를 듣고, 산이는 요즘 대세인 랩을 잘하는 법을 알려줘도 시큰둥한 반응을 얻는다. 예정화는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면서도 수시로 시청자 반응을 살펴야 했다.
시청자가 시청률로 힘을 행사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친밀한 공간에서의 막강한 권력은 철저히 시청자에게만 돌아가있고, 시청자들은 각종 댓글을 통해 이를 실시간으로 명백히 과시할 수 있다. 이에 움찔하는 유명인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 
가끔은 뾰루퉁하지만, 댓글에 가장 신속하고 재치있는 반응을 보여주는 백종원이 제일 사랑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청자들은 이 방송을 통해 '이미 성공한' 백종원에게 레시피로 시비를 걸고, 가스렌지 불을 끄라고 잔소리할 수 있다. 이를 유연히 받아내는 백종원의 예능감 역시 압도적이다.
앞으로도 이 방송은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1인 미디어라는 '과분한' 미션을 줄 예정. 전문가-유명인들이 허둥대면 댈 수록, 그래서 시청자가 치고 나갈 틈이 많으면 많을 수록, 이 프로그램은 기존 '잘 빠진' 예능들을 따라잡을 가능성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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