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테이너가 역풍을 맞은 것일까. 아파트 난방 비리 의혹을 터뜨렸을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배우 김부선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소신을 밝혔을 때와 달리, 사적인 불만을 끊임없이 공론화한다는 의혹 속에 ‘트러블 메이커’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을 위기에 처했다.
김부선은 지난 해 아파트 비리 의혹에 대해 ‘이유 있는’ 핏대를 세워 많은 이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스스로 연예계를 떠날 각오로 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끊임없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그의 속시원한 행보는 ‘난방 열사’라는 네티즌의 칭송을 받았다. 난방 비리는 아파트 거주 주민들이라면 분노할 만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었다.
사회적인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스타들을 ‘소셜테이너’라고 부르는데 김부선은 그 중심에 있었다. 다만 표현의 수위가 셌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의 항의는 다소 거칠었다. 그래도 난방 비리 의혹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문제였기에 그의 정제돼 있지 않은 거센 문제 제기는 어느 정도 용인이 됐다.
허나 이번 JTBC 예능프로그램 ‘엄마를 보고 있다’ 하차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일에서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단 그의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제작진과 후배에게 쓴소리를 하는 과정에서 막말에 가까운 표현을 쓴 것이 문제였다. 그가 어떤 이유든지 하차 과정에 불만이 생겼다고 해도 특정인을 내리깔고 저격하는 듯한 발언은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또한 논란이 커지자 황석정에게 사과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거짓말이다. 더 이상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하지 않겠다”라고 번복하며 잡음을 키우는 방식은 김부선을 ‘난방 열사’라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여겼던 많은 네티즌을 실망하게 만든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번 일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만한 부조리가 아니라는 시선도 김부선을 ‘트러블 메이커’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상업적인 논리를 앞세워 소위 요즘 잘나가는 스타를 감싸는 거대 방송사의 횡포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기에는 이번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결국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연예인들이 겪는’ 문제인데 괜히 크게 소란을 피우는 것이 아니냐는 것. 그가 ‘난방 열사’ 이후 쉴 새 없이 다양한 문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생긴 부작용이기도 했다. 이유 있는 문제에만 목소리를 키우는 게 아니라 원래 소동을 잘 만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당사자로서는 억울한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편 김부선은 ‘황석정이 녹화에 2시간가량 지각하고 사과하지 않아 자신이 큰소리를 냈는데, 이 일로 인해 부당하게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JTBC는 출연진의 일부 교체는 당초 예정됐던 개편의 일환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김부선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석정에게 미안한 감정을 드러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석정에게 사과? 다 거짓말입니다. 더 이상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하지 않겠습니다. 저 죽고싶을 만큼 지금 괴롭습니다. 사실은 너무 아픕니다. 황석정 너 그렇게 살지 마라"고 사과를 번복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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