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때로는 상큼하고 청순하며 때로는 요염하고 앙큼이다. 그런 아이유는 꼬리 아홉개에 천의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여(女)우임에 분명하다. KBS 2TV '프로듀사'는 그런 아이유의, 아이유를 위한, 아이유에 의한 드라마다.
연기돌로 자리잡은 여우 아이유가 드디어 자기 캐릭터와 찰떡 파트너를 동시에 찾았다. '프로듀서' 속 신디(아이유 분)가 백승찬 PD(김수현 분)를 만나서 알콩달콩 엮어가는 러브 라인이 찰지고 맛깔진 이유다. 5월 중순 음원차트를 휩쓴 아이유의 신곡처럼 달달하고 감미로운 러브 스토리. 아이유가 연기하는 신디가 지금 시청자 마음을 홀리고 있다.
초호화 캐스팅에 지상파 KBS 2TV가 첫 시도하는 예능드라마로 방영전부터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던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가 첫 방송에서의 우려를 벗고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극 중 아이유가 분한 신디 캐릭터의 다채로운 관전 포인트 변화에 힘입은 바 크다.
그동안 소녀풍 캔디 이미지를 강조했던 아이유가 도도한 신디 역을 온 몸으로 소화하는 게 키 포인트. 상대역이 아시아 최고의 연기파 청춘스타 김수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껏 무르익은 내공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어리바리한 신입PD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고, 음악방송 메인 PD를 속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때로는 '우산으로 작업을 걸려고 했다'고 착각해 고민에 빠지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듯 반전 있는 모습이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프로듀사' 속 아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수 아이유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다. 아이유는 그동안 전 세대를 포괄하는 감성, 맑은 음색, 순수함으로 표현됐던 가수. 특히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털털한 모습, 팬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모습으로 친근한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 22일 방송에서 아이유는 냉랭하게 매니저에게 "나 탄수화물 안 먹는 거 모르냐"고 말하면서도 막상 건네받은 어묵을 맛있게 흡입하는 등 캐릭터의 반전을 예고했던 톱가수 신디의 날것을 그대로 선보였다. 정글같은 연예계에서 10년간 살아온 까칠하고 도도한 이 얼음공주의 마음 속에 봉인됐던 인간적인 면모, 의외의 순수함과 허당끼, 귀여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신디의 모습은 이성관계에 서툰 여자였다. '1박 2일'로 배정을 받은 백승찬은 앞서 비 오는 날 톱가수 신디에게 우산을 빌려준 상황. 우산반납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신디의 전화번호까지 받으며 반납 체크를 해 온 승찬은 '1박 2일'이 새로운 라인업을 꾸려야 하자 신디를 섭외하라는 미션을 받아 들었고, 바로 이 ‘우산’을 매개로 신디의 위치를 파악해 섭외요청 얘기를 건넬 수 있었다.
승찬의 접근에 여느 남자처럼 자신에게 작업을 건다고 생각한 신디였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백승찬은 "월급에서 (우산)연체료가 나갑니다"라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 신디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신디가 자신의 안티 카페 게시판에서 "어떤 남자가 우산을 빌려줬는데 그걸로 작업을 걸려는 줄 알았더니 그냥 우산만 달라네요. 이거 뭐죠?"라는 글을 남김으로써 승찬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는 신은 신디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감정의 변화가 캐릭터의 변화로, 그리고 이야기의 변화로 이어진다. 승찬에 대한 신디의 마음 변화는 앞으로 전개될 '프로듀사'에 큰 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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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