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산군을 어떻게 그려야하지?
영화 '간신'이 연산군의 기행을 한 걸음 더 리얼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하면서, 앞으로 사극에서 연산군을 그려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산군은 내부에 품고 있는 콤플렉스와 수시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삐뚤어진 성격을 특징으로 해서 국내 사극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한명인데, 일반 사극에서 '간신'을 완전히 떼어내고 그려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 단순히 폭군이라고 그리기에는 '간신'이 묘사한 예술가적 기질과 변태적, 폭력적 성향이 너무 뚜렷하게 그려져, 비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신'에서 연산군의 광기를 그려낸 건 배우 김강우. 하얀 얼굴에 착한 이미지가 강한 그는 이번에 작정한듯 '미친' 연기를 선보인다.
웃고 있어도 살기가 느껴지는 표정에, 어디로 튈지 몰라 해맑아보이기까지 하는 행동, 기발하기까지 한 성적 집착까지 자극성 높은 캐릭터를 소화한 상태. 극중 시종일관 미쳐있는 그는 어린 아이 같이 장희빈의 가슴을 빠는 건 기본,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성행위를 통한 내기까지 강행한다. 착한 얼굴의 김강우가 연기해서 더 충격적. 더 놀라운 건 이같은 에피소드들이 실제 기록에서 착안했다는 것. 감독은 실제 기록의 1/10 정도 밖에 담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김강우도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한 달 전에 일주일동안 방을 구해 빛을 다 차단했다. 먹는 것도 다 그 안에서 해결하고 술도 종류별로 놔두고 시계도 없애고 휴대폰도 없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보냈다. 연산군은 새벽 3시에도 신하들을 호출해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시를 쓰고 울고, 예측할 수 없는 패턴을 사는 사람이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그렇게 일주일 사는데 그래도 이게 어떻게 해결이 안 되는 거다. 5일이 지났을 때 결론은 ‘그래, 그렇게 살아 본 사람이 있어?’다. 그냥 내가 만들면 되는 거고, 내가 가는 길이 그거라고 생각해야겠다 싶었다"고 캐릭터 구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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