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멘터리 ‘휴먼다큐 사랑’이 오늘(25일)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인 엄마를 둔 ‘코피노’ 민재 카라멜로(9)의 이야기를 다룬다.
민재에게 아빠는 끝없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태어나기 전 한국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긴 아빠. 민재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아빠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 아빠 몫까지 사랑해 주는 엄마 크리스틴(30)이 있었지만, 2년 전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민재의 곁을 떠났다. 잠깐일 줄 알았던 엄마와의 이별이 길어지자 혼자가 된 허전함은 아빠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이 됐다.
민재에게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 변호사가 되어 어려움에 처한 엄마를 돕는 것과 엄마가 구치소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을 아빠를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는 것이다. 혼자 보낸 시간만큼이나 가족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민재. 민재에게는 ‘진짜 가족’이 필요하다.
2013년 9월 21일, 필리핀의 한 술집(BAR)이 무허가 영업과 미성년자 고용 등의 혐의로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현장에는 계산원으로 근무하던 민재의 엄마 크리스틴이 있었고 도망간 업주를 대신해 모든 책임을 지게 됐다. 현재 그는 세부시여자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가난한 집안의 열두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가족 부양을 위해 어려서부터 희생하며 자랐다.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에 지쳐 갈 무렵 한국인 남자 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땐 그와의 아름다운 미래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임신한 지 7개월이 됐을 때 민재의 아빠는 한국으로 떠났고 2년 뒤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민재가 9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다.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크리스틴에게 민재는 고비의 순간마다 일어서게 한 유일한 희망이자 삶의 이유였다. 돌아온다는 말만 믿고 애가 타게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어린 아들을 생각하면 지난 날 자신이 민재 아빠를 기다리며 겪었던 아픈 시간들이 밀려와 가슴이 무너진다. 행복한 기억만, 사랑만 주고 싶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하기만 하다.
아빠가 지어 준 한글 이름 민재와 그의 집 주소만을 가지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민재를 후원하는 한 선교 단체에서 민재를 한국으로 초청한 것이다. 가진 것이라곤 아빠의 집 주소밖에 없지만 민재의 두 눈은 설렘과 기대로 반짝인다. 한국에 있는 모든 호텔과 빌딩을 다 뒤져서라도,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붙들고 물어서라도 아빠를 찾겠다고 말한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에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아빠. 늘 곁에 없었기에 상처도 컸지만 더 큰 사랑과 기다림으로 이 순간을 고대해 온 민재.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던 아빠와의 만남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빠를 만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빠를 꼭 끌어안아 주고 싶다던 민재의 소원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방송은 25일 오후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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